"올해만 같으면 마늘농사 할만 해요"

"올해만 같으면 마늘농사 할만 해요"
19일 대정·안덕 농협에서 올해산 마늘 첫 수매 시작
㎏당 3500원에 농가 대체로 만족…작황 안좋아 생산량 ↓
고질적인 인력난과 해마다 오르는 인건비는 최대 걱정
  • 입력 : 2021. 05.19(수) 16:15
  • 문미숙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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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귀포시 소재 대정농협 유통센터에서 올해산 마늘 첫 수매가 이뤄지고 있다. 강희만기자

"작년엔 마늘가격이 폭락해 많이 힘들었는데, 올해는 상품 수매가가 ㎏당 3500원이라 농사지을 의욕이 좀 생기네요. 작황이 안좋은게 좀 아쉽긴 하지만요."

 19일 제주지역의 최대 마늘 주산지인 서귀포시 대정농협과 안덕농협 두 곳에서 농가와 계약재배한 마늘 수매가 시작됐다. 20일 비 날씨 예보에 대정농협 유통센터엔 이른 아침부터 수확 후 10일쯤 건조시킨 마늘 망을 가득 쌓은 농사용 트럭들이 길게 늘어서 차례대로 등급판정 심사를 받았다. '상품' 판정을 받은 농민의 얼굴엔 웃음이 번졌다.

 지난해 마늘 파종기 잦은 비날씨로 파종이 늦어지고 수확철 인력난으로 오른 인건비로 맘고생을 한 농민들이지만 표정이 밝은 것은 올해 수매가가 상품 ㎏당 3500원으로 결정되면서다. 값이 폭락했던 지난해(2300원)보다 1200원 오르고, 2016년산(4200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제주산 마늘 생산예상량이 평년 대비 27.4%, 전국 마늘도 2.2~6.5%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 가운데 대정농협이 지난 7일 가장 먼저 수매가를 ㎏당 3500원으로 결정했고, 안덕농협도 17일 같은 가격으로 정했다.

 문재준(65)씨는 "영락리와 상모리에서 30년째 1만3000㎡에서 마늘농사를 짓는데 올해만 같으면 농사지을 맛이 난다다"며 "하지만 작황이 좋지 않아 아쉽고, 인건비가 많이 올라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박성수(75)씨는 "9000㎡에서 마늘농사를 지었는데 올해는 마늘 구가 작아 생산량이 예년보다 20~30% 감소할 것 같다"며 "다행히 오늘 싣고 온 마늘은 모두 상품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이처럼 농민들은 역대 두번째 수매가에 대체로 만족감을 표시하면서도 고질적인 인력난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막히면서 인력난이 더욱 심해진 틈을 타 지난해 7만~8만원이던 하루 인건비가 올해는 9만원으로 올랐고 10만원까지 준 농가도 일부 있었을 정도다. 한 농민은 "농촌인력을 데리고 다니는 '반장'에게 30만원의 중개수수료를 줬다"며 "원하는 시기에 마늘을 수확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창철 대정농협 조합장은 "예년 경우를 보면 국내 마늘생산량(31만~32만t)과 수입산(5만여t 안팎)을 합해 36만~37만t 미만이면 마늘 가격이 괜찮았다"며 "올해 국내 마늘 재배면적과 생산예상량이 감소했고, 농가 기대심리에 부응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수매가를 ㎏당 350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이 조합장은 "올해 상품비율은 70% 가까이 예상되는데, 제주마늘이 전국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으려면 농가에서도 수매에 앞서 건조와 철저한 선별에 신경써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올해 도내 9개 지역농협이 1864농가와 계약재배한 마늘 물량은 9797t으로, 이 가운데 대정농협 계약물량이 5898t으로 가장 많다.

19일 오전 대정농협 유통센터 입구에 마늘 수매를 기다리는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강희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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