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재의 목요담론] 12월에는 제주에서 지질의 숨겨진 의미를 즐겨보자

[이수재의 목요담론] 12월에는 제주에서 지질의 숨겨진 의미를 즐겨보자
  • 입력 : 2021. 07.15(목)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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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지구 기억권 국제 선언 30주년이다. 우리 주변의 돌이나 암석 중 중요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을 지질유산(geological heritage)라고 하는데, 이 용어는 1991년 개최된 지질유산보호 국제심포지엄에서 새롭게 정의됐고, 이는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철학적 배경과 근간이 된다.

지구는 세월이 지나면서 크고 작은 이야기를 암석에 남긴다. 그래서 지질학자들은 암석을 과거의 역사를 간직한 시간 기록물로 본다. 누구나 자기 가계의 족보를 중요하게 여기듯이 지질학자는 흔하게 보이는 돌에 대해 지구의 역사를 간직한 중요한 대상으로 인식한다.

제주도는 화산지질 특성이 우수해 화산지질학의 현장 교과서라고도 한다. 문화재나 지질명소 등으로 지정된 지질유산도 많지만, 그 외 아직 그 의미를 완전히 알아내지 못한 무수한 지질유산이 섬 곳곳에 남아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면적의 2%가 채 안되고, 인구는 1%가 조금 넘지만 우리나라 자연환경 경쟁력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곳이다. 바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계 덕분이다.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알려진 것 이외에 지질유산의 우수성으로 인정받은 것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다. 이를 보면 제주도는 섬 전체가 모두 후손에게 그대로 전달해야 할 아주 중요한 지질유산이다. 이런 이유로 '송악선언' 등을 포함해 제주의 자연을 지키려는 노력을 국제자유도시의 명분 하에 개발의 압력을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지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다. 모쪼록 보존을 전제로 한 합리적 개발을 도모해 후손이 제주의 자연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발전의 혜택을 받기를 기대한다.

작년에 제주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세계지질공원 제9차 국제회의가 올해로 연기돼 12월에는 어떤 형태든 진행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코로나19 상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화상과 현장을 결합하는 혼합 형태의 회의가 될 것이다. 세계지질공원이 점점 늘어서 현재 44개국 161개가 운영되고 있고, 점차 5대륙 6대주로 퍼져나가고 있어 이 국제대회의 제주 개최는 다시 오지 않을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현재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와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는 조직위원회와 협력해 성공적 개최를 하기 위해 막바지 준비 상태를 점검하는 중이다. 제주도는 수많은 크고 작은 국제회의를 치러 본 경험이 많으므로 큰 틀에서는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아있는 과제는 매번 세계지질공원 대회 시 지질공원이 갈 방향을 설정하는 '제주 선언'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이다. 대회의 핵심 주제는 '재미(FUN)'로 했는데, 학술대회 주제로는 좀 이상하지 않은가 하는 의견도 있으나, 이는 '재능 있는 사람도 부지런한 사람을 못 이기고, 부지런한 사람도 재미를 가지고 흥으로 하는 사람을 못 이긴다'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에서 따온 것이다. 즉, 우리의 주특기인 '흥'과 '재미'로 지질공원을 발전시켜 진정한 주민 소득의 발판으로 삼아보자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오는 12월에는 제주에서 지질유산의 비밀의 열쇠를 알아보고 주민과 일체가 돼 재미를 느껴보자.

북한도 백두산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신청해 제주 회의에서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제주에서는 남북이 공동으로 가칭 '남북 지질공원 클럽'을 결성하고, 남북 지질유산 및 지질공원 대토론회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조그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이수재 박사·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이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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