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신시가지 전경. 한라일보DB
제주지역 아파트 분양 가격이 역대 최고인 9억5000만원(전용 84㎡ 기준) 수준까지 치솟자 제주도가 도내 민간 주택시장에서 처음으로 '고분양가 심사'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는 4일 "앞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고분양가 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분양가 심사는 주택 공급 예정 사업자가 HUG에 분양 보증(건설사 부도에 대비해 계약자의 분양대금을 보호하는 제도)을 신청하면, HUG가 분양 가격이 적절한 지를 심사하는 제도다.
HUG는 분양가를 심사할 때 주변 시세를 고려하는 데, 신규 공급할 아파트의 분양 가격이 인근 단지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시세를 토대로 책정해 단기간 급격한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취지다. 30세대 이상 주택을 선분양하려는 민간 사업자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반드시 HUG의 분양 보증을 받아야 해 고분양가 심사를 피할 수 없다.
단 고분양가 심사는 원칙적으로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30세대 이상 주택을 선분양하는 사업자에게만 적용된다.
고분양가 관리지역도 HUG가 지정하는 데, 분양가·매매가가 급격히 상승하는 등 주택 시장이 과열된 곳이 지정 대상이다. 전국적으로는 서울, 인천, 광주, 경기, 세종시 등이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묶여 있으며 제주는 단 한번도 지정된 적이 없다.
그러나 예외 규정을 활용하면 고분양가 관리지역이 아닌 제주에서도 '고분양가 심사'가 가능하다. HUG는 '인근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고분양가 심사를 적용할 수 있다'라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도 관계자는 "제주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이 아니지만 HUG 측에 이 예외규정을 활용해 분양가 심사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며 "앞으로 도내에 분양되는 주택의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면 제주도가 HUG에 심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형과 신제주 등 선호하는 학군이 몰려 분양가격이 높게 형성될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에서 100세대 이상 공급하는 주택 등을 고분양가 심사 의뢰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제주시 연동 옛 대한항공 사옥 자리에 들어서는 e편한세상 연동 센트럴파크 분양가가 평당 평균 2750만원, 최대 3690만원으로 결정됐다. 84㎡형이 8억8000만~9억40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인근에 건설되는 연동 한일베라체(84㎡ 5억8000만~6억8000만원) 분양가를 3억원이나 웃도는 것이다. 연동 한일베라체 분양가 역시 평당 최대 2670만원으로, 2009년 건설된 제주시 이도동 한일베라체 분양가의 3배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