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가을장마 속에서 농업인들은 생산된 농산물이 모두 팔리기를 바라면서 열심히 씨를 뿌리고 있다. 좋은 가격을 받으려면 생산량이 넘치지 말아야 되는데 올해도 재배면적이 가장 많은 월동 무를 줄여야 한다고만 하면서 대체작물을 제시 할 수도 없고, 지역 내 같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들 간 경쟁만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채소류 재배와 관련해서 매월 발표하는 농업관측정보는 주요 작물을 대상으로 파종 전 재배계획 면적과 시기 별 생육 상태, 그리고 지역별 출하동향까지 각종매체를 통해서 홍보하고 있지만, 농업인들은 이 정보를 이용해 면적을 조정해 주면 고마운 일이나 기대와 다르게 정보가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 같다.
농정당국에서는 매년 월동채소 재배 전 면적을 줄여 심어줄 것을 홍보하고 있지만 수확시기가 되면 가격이 떨어지는 작물이 생겨 '팔아주기 운동'과 신문·방송을 통해 농산물이 원활한 소비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성과는 크지 않다. 월동채소류의 생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우리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농업인들이 공통적인 문제이다.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증가되는 작물을 줄여 다른 작물을 심는다고 해서 가격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게 되는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로선 과잉 생산된 농산물의 처리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정부의 조치가 '산지폐기' 제도를 가동시키는 것이다. 산지폐기란 농산물의 가격안정을 위해서 일정량의 농산물을 수확하지 않고 밭에서 폐기하고 영농에 소요된 비용의 일부를 중앙정부 30%와 지방정부 30% 지역농협 20% 자부담 20%의 비율로 보상해 농가의 피해를 줄여주는 제도로서 날이 갈수록 많은 작물이 산지폐기 대상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산지폐기 하기 전에 재배면적을 줄이기 위해서 '휴경보상제'를 도입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휴경보상제란 지난 2019년 제주에는 장마에 더해 3개의 태풍이 지나가는 자연재해로 월동채소 농사를 그르치게 됐다. 이때 농업인들이 재난지역선포를 중앙정부에 요청했으나 농작물피해금액은 재난지역선포 조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 양배추 등 14개 작물의 피해면적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농사를 짓지 않는 조건으로 보상금을 준적이 있는데 이것이 '휴경보상제'로서 이미 경험했다. 벼농사에서는 2019년부터 '쌀 생산 조정제'가 휴경보상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논에 아무것도 심지 않는 휴경 280만원, 콩류재배 325만원, 풋거름재배 340만원, 가축사료재배 430만원/㏊ 순으로 휴경보상금을 받을 수 있으나 이 기간 동안은 벼농사 직불금을 받을 수 없고, 영농경력에도 포함되지 않는 반면 쌀값은 안정적이라 정부 계획량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월동 채소류의 생산량을 알맞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배면적을 줄여도 소득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사후 산지폐기보다는 사전에 채소를 재배하지 않을 밭에 대한 '휴경보상제'를 도입해 농가소득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할 때가 된 것 같다. <문영인 제주농업생명과학박사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