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를 살인으로… 30대 노숙인 치료감호 결정

호의를 살인으로… 30대 노숙인 치료감호 결정
1심서 징역 25년 선고 받았지만
26일 항소심서 심신미약 인정돼
  • 입력 : 2022. 01.26(수) 10:37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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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를 살인으로 갚은 30대 노숙인에게 치료감호가 결정됐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이유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26일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 받은 고모(33)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다만 고씨가 조현병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 교도소가 아닌 치료감호소로 보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해 3월 3일 오후 10시쯤 서귀포시 소재 A(40대)씨의 주거지에서 술을 마시던 중 A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함께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 발생한 말 다툼이 살인으로 이어진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주거가 부정한 상태인 고씨는 사건 전날인 2일 서귀포시 자구리해안에서 A씨를 처음 만났고, 이후 함께 일용노동을 하기로 약속하면서 A씨의 집으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 재판 과정에서 고씨의 변호인 측은 고씨가 심신미약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정신감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고씨가 군 복무 당시 학대를 당하는 등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하다는 것이다. 형법 제10조에 따르면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에게는 형을 감경한다.

하지만 1심 판결은 "범행 수법이 상상을 초월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면서 "특히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고, 유족들도 시신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고통을 받으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날 왕 부장판사는 "심신미약이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법리적으로는 참작이 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원심과 다른 판결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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