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제주 사진예술 플랫폼이 필요하다

[열린마당] 제주 사진예술 플랫폼이 필요하다
  • 입력 : 2022. 02.07(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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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역사계에서 잊지 못할 사건이 있다. 세종17년(1435)에 최해산 제주목사 당시 제주목관아에 큰 화재가 일어나 모든 문서 자료가 소실되면서 조선뿐만 아니라 고려시대의 옛 자료가 하나도 전해 오는 게 없게 된 사건이다. 역사적 기록물들은 가치가 매우 중요하고, 조금만 소홀이 하거나 관리가 안 되면 한 순간에 사라지게 된다. 역사자료만 아니라 중요한 일반 기록과 사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진협회 업무를 하다보면 행정기관에서 협회로 자주 문의 전화가 오는 내용이 있다. 제주도의 옛 사진 자료가 있는지 묻는 전화다. 지금까지 발간된 옛 사진집들은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 '사진으로 엮은 20세기 제주시', '기억의 저편' 등 여러 권이 있다. 이 사진집들은 정작 행정기관에서 사진들을 수집하여 제작된 것이지만 각기 다른 행정기관에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관리가 안 되고, 공무원의 인사이동으로 담당자가 바뀌다 보면 사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와 같은 문제에 어떤 대안이 있을까? 바로 제주의 역사와 민속, 사진예술가들의 원고와 흔적들을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사진 플랫폼의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수집된 사진 자료들을 상시 전시하면 제주의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제주 사진의 사조를 공부하는 연구자들에게는 좋은 사료가 될 수가 있다. 예컨대 '제주사진역사박물관' 같은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행정기관에서 수집했던 옛 사진자료도 관리하고, 제주 1세대 사진가들의 유작과 사진 작품들을 효율적으로 기증 또는 위탁 관리를 할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듯이 우리에게 남겨진 조각들을 잘 짜 맞추어 완성된 예술미를 보여주어야 할 때이며, 제주의 옛 사진과 원로사진가들의 작품과 원고를 부지런히 확보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또한 이 자료들을 활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적인 공간의 설립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기라 할 수 있다. 하루빨리 제주사진역사박물관 같은 시설이 만들어지고, 이곳에서 제주 사진예술과 제주의 역사를 함께 느껴보는 기회를 도민들이 향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창훈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제주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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