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제주의 미래다] (11)지하수 위기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물은 제주의 미래다] (11)지하수 위기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물 절약, 실제적인 통계 신뢰성부터 확보해야"
  • 입력 : 2022. 03.22(화) 00: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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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원 곶자왈연구소장, 이경아 지구별약수터 대표,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고대로 한라일보 정치부장.

실질적 이용량에 비례해 물 절약 목표 설정 필요
지하수 사용량 감소 위해선 민·관 거버넌스 구축을


제주 지하수 사용량 감소 효과를 보기 위해선 전체적인 물 이용량의 신뢰성 있는 통계와 데이터를 우선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라일보와 (사)제주와미래연구원, KCTV제주방송, TBN제주교통방송은 공동 특별기획으로 '물은 제주의 미래다'라는 대주제 아래 열한 번째 소주제로 '지하수 위기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를 다뤘다.

토론은 지난 14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고대로 한라일보 정치부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고기원 곶자왈연구소장, 이경아 지구별약수터 대표,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참여했다.

이날 패널들은 제주와미래연구원이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시민운동으로 제안한 '생명수20·30·50 운동'에 대한 소개와 효과적 추진 방법, 제주 지하수 사용 실태에 대한 진단 등을 논의했다.

▶고대로(이하 사회자)=올해 세계 물의 날 주제는 '지하수: 보이지 않는 물을 보이게 하자'로 선정됐다. 제주도 역시 지하수 고갈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시민들의 지하수 보전 노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하수를 지키기 위한 시민운동을 어떻게 전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민간의 참여 협력 측면에서 본다면 도내 시민단체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이영웅=물뿐만 아니라 모든 정책현안에 대해선 정부의 노력에 더해 시민사회의 참여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물의 날을 지정, 선포하면서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민관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 같다. 환경 부분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참여로 정부 정책에 대한 감시와 견제, 해결방안을 강구하는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자=시민의 입장에서 물의 날의 의미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

▶이경아=물 부족이 단순히 물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사회자=현재 제주 지하수 현황에 대해 언급해주신다면.

▶고기원=2020년 기준 지하수 이용량을 살펴보면, 전체 일일 취수허가량은 163만 6000t이 허가가 돼 있지만, 실제 평균적으로 쓰는 일일 지하수 취수량은 65만6000t으로 취수허가량의 약 40%의 통계가 나오고 있다. 이 양은 1일 지하수의 지속 이용 가능량 178만7000t의 37%가량 되는 양이다. 따라수 수량적으로만 보면 지하수 이용량이 위험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는 것인데, 문제는 65만6000t의 1일 평균 지하수 취수량의 내용에 대한 신뢰도 부분이다. 통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실제 지속 이용 가능량은 37%에 불과함에도 지하수위는 내려가고 있고, 용천수는 고갈되고 있기 때문에 원인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회자=실생활에서 물 사용량 실태를 점검한다면.

▶이경아=제주뿐 아니라 우리나라는 일상생활에서 물을 쓰는 데 불편함을 느끼고 있진 않다. 상수도 보급도 잘 돼 있고, 급수율은 전체 99%가 넘는다. 2020년 GWI 통계 기준 한국은 1t 당 상수도, 수돗물의 값이 739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국민 1인 당 하루 295ℓ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용도를 보면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물 가격이 저렴한 것도 물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회자=농업용수, 골프장 대형시설의 지하수 이용실태는.

▶이영웅=제주 지하수 사용량 중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가 농업용이다. 통계로 보면 전체 지하수 관정 대비 67%, 허가량은 전체 대비 절반 이상이다. 농업용 관정이 3000여 공 정도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수요 관리나 정책이 제대로 추진돼야 지하수 관리 정책이 올바로 설 수 있다. 또 농업용 지하수 이용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대체 수자원 활용 방안은 극히 미비하다. 지하수 다량 이용 업체 중 대표적인 곳이 골프장이다. 골프장 한 곳당 평균적으로 지하수 허가량을 보면 1일 2000~3000t가량 된다.

▶사회자=지하수 사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이영웅=농업용수 관련, 공공 농업용수 관로가 공급되는 곳임에도 사설 관정을 사용하는 곳이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농업용 사설 관정이 전체 농업용 관정의 70%가량 되는데, 사설 관정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추진해야 한다. 무리한 관정 개발을 낮추는 방안들이 필요하다. 골프장이나 대형 호텔의 경우 공공 상수도 공급이 가능한 지역이라면 최대한 상수도 이용을 확대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빗물 사용 의무화가 돼 있지만, 좀 더 강화해야 한다.

▶고기원=우선 제주도 전체적으로 지하수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느냐에 대한 통계의 신뢰성이 중요하다. 가령 65만6000t이라는 사용량에 대해 지역 별 취수량 분포, 용도 별 분포, 시설 별 분포 등이 상세하게 제시된 데이터가 나와야 농업용수, 가정, 골프장, 대형 호텔 별로 어느 정도 줄여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즉 실질적인 이용량에 비례해서 물 절약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데, 그 실제적인 물 이용 통계가 부실하게 된다면 목표치를 잡는 데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또 그 목표치가 허수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주도 전체적인 물 이용량의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얻기 위한 통계 생산체계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는 거다.

또 물 사용량 감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거버넌스를 잘 구축해야 한다. 관 주도로 추진하기보다 시민사회 운동으로서 제주도 전역으로 확산돼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회자=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물의 날을 맞아 시민운동으로 생명수 20·30·50 범도민 운동을 제안했다. 가정에서 1인 당 물 사용량 20%를 절약하고 농업용수 30%를 대체용수로 활용하며 대형시설물에서 물 사용량의 50% 이상을 대체용수를 사용하자는 운동인데, 평가한다면.

▶이경아=가정에서 1인 당 20%를 줄이자는 것에 대해 20%라는 수치가 어떤 연계성이 있는 것인지 생각했다. 시민사회의 운동도 중요하지만 정책적으로 강하게 추진할 필요도 있다.

▶고기원=농업용수 사용량의 30% 이상을 대체수자원으로 바꾸자는 제안은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다만 현실적으로 30%라는 목표를 단 한번의 목표치로 삼는 것보다, 몇 년 단위 중기 별로 목표치를 조정해 나가면서 캠페인을 추진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또 농업용수 자원을 지하수가 아닌 대체 수자원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농민들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급수 체계, 이용자와 공급자 간 협력과 협조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이영웅=골프장, 대형 호텔에서 50% 이상을 대체용수로 사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골프장은 빗물 이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용률도 꽤 높게 나오고 있다.

▶사회자=생명수 20·30·50 범도민운동 정착을 위해선 인센티브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고기원=범도민 운동이 생활 속에서 뿌리내리기 위해선 도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답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 즉 동기 유발과 논리 개발이 필요하다. 또 물 사용량을 줄인 것 만큼의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연구해야 한다. <한라일보·제주와미래연구원·KCTV제주·TBN제주 공동기획>

강다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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