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잠이 많은 초등학생 철수는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매일 학교 가기도 싫어진다. 오늘 아침은 설상가상으로 장맛비까지 온다.
아마도 아버지는 가뭄 끝에 비가 오니 논에 물대러 가셨고, 어머니는 밭에 채소를 확인한다고 나가신 것 같다. 도와드리지도 못하고 늦잠 잔 것이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맘까지 생긴다.
철수는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라는 생각에 학교 갈 준비를 하고 현관에 나가보니 우산이 없었다. 아마도 형들이 학교 가면서 우산을 다 챙기고 갔나 보다. "나는 학교까지 어떻게 가지?" 철수는 막막하기만 하다.
"아 맞다. 어제 아버지가 오늘 비 올 것을 예상하고 밭에 비료를 뿌리시고 남은 포대가 마당에 놓여 있지. 저것으로 비를 막는 우비를 만들어 보자" 25㎏ 짜리 비료포대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생겼다. 그래서 머리가 들어갈 부분과 어깨가 들어갈 부분을 가위로 잘라내면 초등학생인 철수의 팔 부분은 노출되지만 막강한 우비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급조한 우비로 학교까지 뛰어가면 된다. 아! 모자라도 있다면 완벽인데, 밀짚모자밖에 없다. 밀짚모자는 비나 물에 젖으면 햇볕에 말려도 모자로써 기능을 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그냥 비를 맞고 열심히 달려 학교로 간다.
학교 수업을 다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다행히 비가 오지 않는다. 철수는 길가에 있는 돌도 보고, 길옆의 풀도 뜯고, 보리로 피리도 만들면서 잔망을 떨며 집으로 돌아간다.
초등학교 시절의 철수는 예전에는 그 길이 구불구불 학교로 집으로 이어지고 단순하지 않아서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는데, 현재의 도로들은 일직선으로 자를 대 칼로 잘라낸 듯한 도로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 그 구불구불했던 길이 그리워지는 것을 잠깐의 향수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언제부터인가 도로들이 너무 사람 중심이 아닌 자동차 중심으로만 만들어 지고 빨리 빨리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 목적이 되면서 인 것 같다.
앞으로는 자동차가 중심이 아닌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도로설계 및 계획이 돼야 할 것이다. 자동차를 이용하고 움직이는 주체가 사람이기에, 자동차도 사람으로 봐야 할 것인가? 안전보다는 빠르게 그리고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는 것에 중점을 두다보니 부득이하게 도로가 사람이 아닌 자동차 중심으로 변화돼 온 것 같다. 그러나 자동차를 통한 이동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목적지로의 통행은 사람의 발걸음으로 마무리된다.
철수가 걷던 시골길의 주인공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도로에서는 주인공이 자동차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일직선으로 곧은 도로보다도 구불구불하고 끝이 잘 보이지 않는 비포장도로가 그리워지는 것은 날씨 탓인지 혹은 과거에 대한 그리움의 탓인지 궁금해진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연구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