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기 있어요] (4)제주동물보호센터를 가다

[우리, 여기 있어요] (4)제주동물보호센터를 가다
유기견 11마리 들어온 날, 센터 밖 나간 건 3마리뿐
  • 입력 : 2022. 07.18(월)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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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제주시 용강동 제주동물보호센터. 한 여성이 센터 관리동 복도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 옆엔 손잡이가 달린 상자 같은 가방이 놓였다. 제주시에 산다는 이 여성은 "한 주 전에 와서 입양할 아이를 정하고 오늘 데리러 왔다"고 말했다.

오후 2시. 센터 직원이 건물 뒤편에 분양동으로 안내했다. 입양 확인서를 작성하고 입양할 개가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이어졌다. 입양을 가게 된 개는 2개월쯤 된 믹스견. 센터에 들어올 때 한 번 거쳤다는 세 가지 전염병(파보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디스템퍼바이러스) 검사를 다시 받았다. 새 주인의 주민번호, 주소, 이름 등을 담은 동물등록 칩도 심어졌다.

■제주도 유기동물 통합보호소, 유기견 보호·관리에 입양까지

"2~3일 동안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 일부러 산책이나 목욕을 시키지 마세요." 센터 직원이 주의사항 등을 안내했다. 입양자는 미리 준비한 케이지에 강아지를 넣어 떠날 채비를 했다. 유기견이던 믹스견은 누군가의 반려견이 돼 센터 밖으로 나섰다.

유기동물 입양과 함께 보호·관리는 센터의 주업무다. 제주시와 서귀포, 두 행정시가 운영하는 유기동물구조팀이 포획한 유기견은 모두 센터로 들어온다. 제주도가 직접 운영하는 통합 보호소여서다. 현재 이곳에는 수의사 4명을 포함해 사양·개체 관리, 전산·행정 담당 등 18명이 근무하고 있다.

센터 분양동 2층 견사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들. 이 견사 안 네 마리는 한 어미에게서 태어나 생후 한 달쯤인 올해 5월 4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서 발견돼 센터에 들어왔다. 사진=김지은기자

견사 한편에 붙여진 공고번호 등의 정보가 담긴 카드.

센터의 유기동물 수용 규모는 최대 500마리. 하지만 이는 시설 규모로 따진 단순 수치다. 센터에서 만난 박정범 주무관은 "최대한 밀어 넣으면 500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 되면 병도 많이 나고 서로 싸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보호 환경 등을 고려한 적정 동물 수는 300여 마리 정도다.

■ 적정 수용 규모는 300여 마리… 한 마리 당 20~25일간 머물러

그렇다 보니 유기견이 이곳에서 지내는 시간은 평균 20~25일 남짓이다.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기 위한 법정 공고 기간 10일에 나머지 10여 일은 분양동에서 입양을 기다린다. 입양 가능성이 큰 경우엔 몇 달을 센터에서 보내기도 하지만 대개는 들어온 순서대로 밀려나간다. 지난해 센터에 들어온 유기견 4517마리의 절반 이상인 59%(2667마리)가 안락사됐고, 주인을 찾거나 입양된 경우는 23%(1034마리)였다.

센터 입양 시간, 분양동에는 드문드문 발길이 이어졌다. 방문객 대부분이 2층으로 먼저 향했다. 대형견사인 1층과 달리 중소형견사가 있는 곳이다. 비교적 어린 강아지들이 머문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센터에 들어온 유기견의 41.4%(전체 1356마리 중 562마리)가 0~3개월령이었다. 갓 태어난 젖먹이가 들어오는 것도 흔한 일이다.

"직접 돌보다 보면 (정이 들어) 비번일 때도 생각납니다. 다 좋은 곳으로 입양을 갔으면 싶지요." 2층 견사에서 만난 박계연 사양관리사가 말했다. 케이지 청소와 사료 관리 등을 맡는 그는 견사를 둘러보는 방문객을 맞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입양을 권할 순 없다. 박 관리사는 "우선 키울 장소 등을 물어본다"며 "귀엽다고 키우기 시작했다가 몸집이 커지면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더 잘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고 했다. 한 번 입양하고 나면 파양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구조된 유기견을 싣고 온 유기동물구조팀 차량.

센터 개방이 끝난 오후 4시쯤, 공고동 앞으로 짐칸에 케이지를 실은 차들이 줄지어 섰다. 하루 사이에 포획된 유기견이 들어오는 시간이다. 직원들은 구조 장소와 몸무게, 추정 나이 등을 확인하고 종합백신 등 예방 주사를 맞혔다. 암수와 크기를 구분해 견사를 배정하면 입소가 마무리된다.

이날 들어온 유기견은 11마리. 평소보다 적다지만 센터 밖을 나간 수와 비교하면 훨씬 많은 숫자다. 같은 날 주인을 찾거나 입양을 간 유기견은 다 합해 3마리였다.

■입양 요일 주 3 → 5회로 늘리고 센터 입양견 중성화수술 지원도

안락사를 낮추기 위해선 유기견 발생을 막고 입양률을 끌어올리는 게 과제일 수밖에 없다. 센터가 올해 5월부터 기존 주 3회이던 입양 요일을 주 5회로 늘린 것도 유기견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매주 수요일을 뺀 평일 오후 2~4시, 토요일 오전 11~오후 1시에 입양을 진행한다. 센터 입양견으로 또 다른 유기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성화수술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센터 업무를 총괄하는 오동진 동물보호팀장은 "입양 이후 일주일 이내에 지정 동물병원(6곳)에서 중성화수술을 하면 비용을 전액 지원 받을 수 있다"며 "유기견 대부분이 중대형견에 믹스견이라 마당개로 크면서 원치 않는 출산을 하고 다시 유기견을 발생하게 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제주동물보호센터 공고동.



"중산간 오름·시내 한복판서도 발견되죠"


유기동물구조팀
신고 접수되면 바로 현장으로
주인 확인되는 경우 '열 중 셋'



"중산간 오름에도 있고 제주시청 한복판 먹자골목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어디에서 발견될지는 전혀 예측이 안 되는 거죠." 유기동물구조팀 오명운 대표가 말했다. 이는 유기견 문제가 어느 한 지역이 아닌 제주 전역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행정시가 민간 위탁해 운영하는 구조팀은 신고가 접수되면 바로 현장으로 향한다. 신고는 도청 120(민원콜센터)과 시청 축산과, 지구대, 소방서, 읍면사무소 등 다양한 경로로 들어온다.

신고를 접수해 구조한 유기견은 제주동물보호센터로 옮긴다. 주인이 확인되는 경우엔 발견 즉시 집으로 돌아가도록 돕는다. 포획팀마다 마이크로칩(동물등록칩) 리더기가 있어 동물등록이 돼 있으면 곧바로 주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동물등록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오 대표는 "예전에는 (구조한 유기견의) 90%가 등록 칩이 없었다면 지금은 10마리 중에 3마리 정도는 있다"면서도 "푸들, 몰티즈 등 품종견은 대략 10마리 중 8마리가 등록돼 있지만 믹스견은 등록률이 낮은 상황"이라고 했다.

유기견이 한자리에 머물지 않아 구조가 어려운 경우엔 순찰을 돌며 살핀다. 오 대표는 "순찰을 다니다 보면 목줄이 있어도 어슬렁 어슬렁 다니는 동네 개들이 보이기도 한다. 묶지 않고 키우는 개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년 전만 해도 동지역에서 유기견 신고가 많았다면 이제는 외곽 지역, 특히 서귀포에서 신고가 많아지고 있다"며 "(반려동물 양육) 인식 자체가 변하면서 신고가 늘어나는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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