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제주4·3희생자 사상 검증에 유족들 '허탈'

검찰의 제주4·3희생자 사상 검증에 유족들 '허탈'
4·3도민연대, 22일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대책회의
재심 청구 68명의 유족 참석해 억울함 털어놔
"그 시절 떠올라" 가족 몰살 80대 할머니 눈물
성명서 채택해 "무소불위 검찰권 남용한 폭거"
  • 입력 : 2022. 07.22(금) 15:27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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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주4·3 희생자 유족이 검찰의 사상 검증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송은범기자

[한라일보] 검찰이 제주4·3 희생자에 대한 '사상 검증'에 나선 것과 관련 당사자 유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4·3도민연대는 22일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4·3희생자 68명(군사재판 67명·일반재판 1명)의 유족들을 초청해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번 대책회의는 지난 12일 제주지방검찰청이 4·3희생자 68명에 대한 재심 청구 심문기일에서 " 68명 중 4명이 무장대 활동 혹은 의심되는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마련됐다. 즉 국무총리 산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의 희생자 결정 과정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날 유족들은 4·3도민연대의 설명을 듣고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 유족은 "우리 68명 중 4명에 대해 검찰이 사상 검증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70여년 동안 침묵의 세월을 견딘 것도 억울한 마당에 검찰이 또 다시 70여년 전처럼 사상 검증에 나섰기 때문"이라며 "이 자리에 온 유족 중 누가 사상 검증 대상인지 모른다. 그러나 우린 동지다. 68명이 모두 무죄를 받을 때까지 싸우자"고 말했다.

6살과 생후 5개월 때 아버지를 비롯해 일가친척이 몰살 당한 김옥자(80) 할머니 자매는 "아버지는 마포형무소에 수감됐는데, 집으로 옷 한 벌 보내달라는 편지가 왔었다. 겨우 옷을 지어 보내니 '7월에 돌아간다'는 답장이 왔다"며 "하지만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아버지는 행방불명 됐다. 아버지 없이 보리쌀 끓인 물로 연명한 세월이 떠오른다. 이 나이에 무슨 보상금인가… 검찰에 말하고 싶다. 아버지가 있던 옛날로 시간을 돌려주라"고 눈물을 흘렸다.

제주4·3 희생자 유족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송은범기자

이날 유족들은 '제주지검에 고(告)한다'라는 성명도 채택했다.

성명에서 유족들은 "적법한 절차로 결정된 4·3희생자를 대상으로 검찰이 사상 검증에 나선 것은 무소불위 검찰권을 남용한 폭거"라며 "심지어 제주지검은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에 4명의 자료를 요청했지만 어떠한 관련 기록조차 존재하지 않음을 통보 받았음에도 기오코 사상 검증에 나선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누가 4·3희생자에게 돌을 던지려 하는가"라면서 "제주지검은 생트집을 멈추고 즉각 제주도민과 4·3희생자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제주지방법원 제4-1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 오는 26일 김종민 4·3중앙위원회 위원을 증인으로 불러 희생자 결정 과정과 기준 등을 청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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