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묘 놓고 '헛묘' 쓴 국가보훈처

멀쩡한 묘 놓고 '헛묘' 쓴 국가보훈처
보훈처 "대전현충원 위패 봉안..제주호국원 이장 불가"
권익위 "유해 명백히 확인..위패봉안 취소하라" 권고
  • 입력 : 2022. 08.09(화) 09:23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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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제주호국원 전경.

[한라일보] 유족도 모르는 6·25전쟁 전사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립대전현충원에 봉안된 고인의 위패를 취소하고, 고인을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할 것을 국가보훈처에 '시정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제주에 거주하는 A씨는 6·25전쟁 중 아버지가 전사했다. A씨는 아버지의 전사통지서 및 유해를 인계 받아 70년 넘게 제주에서 묘를 관리했다. 이후 국립제주호국원 개원 소식을 듣고 지난 1월 아버지의 묘를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하기 위해 국가보훈처에 이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A씨 부친은 2003년 6월부터 국립대전현충원에 위패가 봉안돼 있으므로 A씨의 신청은 국립묘지 간 이장에 해당된다. 그러나 국립묘지간 이장은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A씨는 "아버지의 위패가 봉안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아버지 묘를 제주호국원에 모시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 2001년 육군본부사 '6·25전쟁 제50주년 기념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립현충원 자료 비교를 통해 미봉안된 전사자 5만8591명을 일괄 위패봉안 대상자로 판단해 국립대전현충원에 봉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아버지를 유해를 받아 제주에 묘를 쓴 A씨 입장에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울러 국립묘지법에 따르면 국립묘지간 이장은 불가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장 불가 대상은 '안장된 사람의 시신이나 유골'로 돼 있을 뿐 '위패'에 대한 규정은 없음이 확인됐다.

이후 국가보훈처는 A씨 아버지의 유해 존재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는 경우 국립묘지에 유골을 안장하기 위해 국립대전현충원 위패봉안을 취소할 수 있다고 회신했다.

안준호 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은 당연히 보훈 혜택을 받아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국민 권익이 침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고충민원 해결에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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