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형의 한라시론] 사업을 접어야 할 때

[유동형의 한라시론] 사업을 접어야 할 때
  • 입력 : 2022. 09.08(목)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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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최근에 타이니 하우스(농막) 붐이 일면서 이 분야로 창업을 해서 잘 나가던 사업가가 막다른 궁지에 몰려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는 경우를 보면서 사업을 접는 지혜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직장을 다니다보면 사표를 쓰고 싶은 순간들이 자주 온다. 어떤 이들은 가슴에 열정을 품고 다닌다고 하지만, 어떤 이는 가슴에 사표를 품고 다닌다고 한다. 이렇게 직장생활이 쉽지 않지만 사업을 하는 경우도 그 이상으로 만만치 않다. 몇 년간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사업하시는 분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사업이 번창할 때야 괜찮지만 사업이 어려울 경우는 과연 이 어려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 좀 더 무리해서라도 투자해서 버틸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접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일을 하다가 알게 된 형님이 있다. 사업을 하다가 다 정리하고 조선소에 내려와서 배관공으로 일하시는 분이셨다. 사장님이었다가 어떻게 그렇게 과감하게 사업을 접을 수 있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이전에 한번 폭삭 망한 적이 있어서 접을 때가 언제인지 알겠더라고 했다. 20대에 군대 다녀온 후에 첫 사업으로 동남아에 한국산 중고 컴퓨터를 수출하는 일을 했다고 했다. 많을 때는 직원이 20명 정도 됐고, 1년에 몇억을 벌 정도로 잘됐다고 한다. 동남아 현지에서 PC방 사업까지 확대했다가 망해서, 결국은 무일푼이 돼서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때 나이 32세. 다시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을 손댔다가 중고차 수출 쪽으로 아이템을 정했다고 했다. 한국차가 가성비가 좋아서 중동에서 매우 인기가 있었다. 이 아이템으로 거의 20년 동안을 일했다고 한다. 그렇게 잘나갔는데 중동이 이라크전 등으로 정세가 불안해지고,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매출이 한 달 만에 반 토막이 났다고 했다. 그래서 10명 있던 직원을 반으로 줄여서 3개월을 버티고, 다시 3개월을 버티어봤는데도 호전될 기미가 안 보이자 사업을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했다. 다행히 재고를 급히 처분하고 리스크 관리를 했기 때문에 정리하는 데 별 무리가 없었다고 한다. 재고를 정리하고 임금을 다 정리하고 나니 그래도 집과 몇억은 남았다고 했다. 그래서 부담없이 머리 식힐 겸 조선소에 내려와서 배관공으로 새롭게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동종업계에서 같이 사업하시던 분들은 정리할 타이밍을 놓쳐서 1년, 2년 끌다가 작게는 3억, 10억씩 빚을 졌다고 했다.

직장인은 회사가 망하면 임금을 못 받으면 되지만 사업을 하다가 망하게 되면 전 재산을 잃고 평생 갚아도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게 된다. 그만큼 근로자인 경우보다 충격이 무지막지하다. 어떻게 될 것같으면서도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사업이다. 버티기보다 분기별로, 반기별로 분석해서 어려우면 과감하게 접기다. 사업하시는 분들은 접어야 할 때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유동형 진로·취업컨설팅 펀펀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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