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문화광장] 장 뤽 고다르와 프랑스 누벨바그

[김정호의 문화광장] 장 뤽 고다르와 프랑스 누벨바그
  • 입력 : 2022. 10.11(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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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오징어 게임'이 제74회 에미상에서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6개 부문의 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날, 전 세계 영화계에는 세계적 거장의 타계 소식이 전해졌다.

장 뤽 고다르,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표 감독은 91세의 나이로 스위스에서 조력 자살의 길을 택했다. 죽음마저도 극적이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과 함께 대표적인 영화역사의 사조로서 누벨바그는 우리말로 하면 새로운 물결, 즉 신파(新派)이다. 무엇인가 새로운 경향을 의미하는 이 말은 20세기 초반, 우리나라의 전통 공연과는 다른 서구적 연극 공연이 일본을 통해서 들어오면서, 말 그대로 새롭다는 의미의 신파연극이라 칭했었는데, 현재는 관객에게 감정을 과잉 요구하는 것들에 신파라는 말이 붙어서 그 의미가 퇴색됐다.

2차 대전 동안 독일의 점령지였던 프랑스에는 미국영화가 들어올 수 없었는데, 이 시기의 많은 미국영화가 종전 후 프랑스에 몰려들었고, 앙리 랑글루아가 1936년 설립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영화를 보고 비평하던 고다르, 프랑소와 트뤼포, 에릭 로메르 등의 젊은 시네필 즉 영화광들은 앙드레 바쟁이 만든 '카이에 뒤 시네마'라는 영화 비평 잡지를 통해서 히치콕, 존 포드, 하워드 혹스 등 미국 상업영화의 테두리 안에서 작업한 영화감독들의 경향성을 발견하고, 영화의 작가는 영화감독이라는 작가주의 정책을 표방한다. 대중음악으로 비유하면, 싱어 송 라이터 즉 스스로 작사 작곡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가수라고 할 수 있다. 황동혁, 봉준호처럼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는 감독부터, 시나리오 작가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자신만의 주제를 영화에 담아가는 감독까지 작가주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며, 사실상 모든 영화감독이 작가주의를 지향한다고 봐도 된다.

이들 비평가는 곧 스스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고다르는 29세에 '네 멋대로 해라(1959)'를 만들고, 트뤼포는 '400번의 구타(1959)'을 만들어서 국제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게 되면서 세상에 누벨바그의 등장을 알렸다. 고다르의 대표작으로 '여자는 여자다(1961)', '미치광이 피에로(1965)' 등 한두 개가 아니라서 히치콕과 함께 그 감독의 모든 영화를 봐야 하는 감독 중의 하나다. 영화를 오락만이 아닌 지적인 활동의 결과물로 바라보는 태도는 영화의 위상을 격상시켜 다른 예술 장르와 동등한 취급을 받게 했으며, 이후 영화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영화를 보고, 감독을 연구하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 교육과정이 된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고다르, 히치콕 같은 영화감독들은 영상으로 철학을 하는 철학자라고도 했다. 고다르는 말년에 가서도 꾸준히 작업을 했으며 이들 작품은 사적이거나 철학적이어서 난해하기도 하다. 고다르의 죽음으로서 이제 프랑스 누벨바그 사조는 종언을 고한다. 이렇게 한 시대가 간다. <김정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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