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제주 관광 종사자들

[초점]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제주 관광 종사자들
13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관광레저사업노조 토론회
장귀연 소장, 제주 관광산업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사업장 규모 작을수록 주5일 초과·파트타임 비중 높아
72.8% "고객에 인격적 모독 당해" 52% "성희롱·성추행 경험"
"관광노동자 인권 보호 법적 장치 등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 입력 : 2022. 10.13(목) 18:12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본부와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제주본부는 13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 관광산업 노동자 실태조사 보고 및 토론회'를 열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제주지역 관광산업에 일하는 종사자들이 고객의 괴롭힘으로 인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어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본부와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제주본부는 13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 관광산업 노동자 실태조사 보고 및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장귀연 노동권연구소 소장은 도내 관광산업 종사자 2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면접을 통해 실시한 제주 관광산업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근무일.근무시간 사업장 규모 따라 달라=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내 관광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근무일과 근무시간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각각 달랐다.

사업장별 주 5일 근무 비율은 500인 이상 88.4%, 100~499인 75.8%, 100인 미만 50.5%인 반면 주 5일 초과 근무 비율은 100인 미만 45.1%, 100~499인 21.2%, 500인 이상9.3%로 집계됐다. 이를 놓고 보면 대규모 사업장은 대부분 주 5일제를 하고 있었으나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주 5일을 초과해서 일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무시간은 500인 이상 80.0%, 100~499인 74.1%, 100인 미만 50.0%가 하루 8시간 근무를 하고 있는 반면 100인 미만 43.0%, 100~499인 17.2%, 500인 이상 5.0%가 하루 8시간 미만 근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8시간 미만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노동자의 비중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감정노동자 보호 대책 강구를=특히 관광산업 종사자들은 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고객으로부터 인격적 모독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72.8%에 달했고 폭언과 욕설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67.3%였다. 또한 52.0%는 성희롱·성추행을, 47.8%는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폭언을 예방하는 문구를 게시하고 회사가 고객과의 문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처방법 등을 포함하는 고객응대업무 매뉴얼을 마련하도록 하는 감정노동자보호법도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응답자의 27%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직원 보호를 위한 조치가 거의 없거나 매뉴얼이 있더라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장 소장은 "직접 고객과 대면하는 일이 거의 없는 사무, 시설관리, 식당주방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포함돼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면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대개 고객에 의한 괴롭힘의 경험이 있다고 봐도 될 것"이라며 "감정노동자 보호가 특히 관광부문에서 가장 절실한 만큼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제주 관광서비스 부분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모집단 규모와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표본 추출을 할수가 없었다"며 "비록 대표성을 지닐 수 없는 조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부분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서영표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도 "관광부문 종사자를 포함해 서비스 직종 노동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감정노동"이라며 "서비스 부분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 관광사업체 전국의 5.6% 달해=한편 지난 2020년 기준 제주에 본거지를 둔 관광사업체는 1800곳으로 전국 관광사업체 수의 5.6%에 달한다. 이는 인구, 시설, 경제활동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인 서울(32.6%)과 경기(14.1%)를 제외하면 제2의 도시 부산(5.9%)과 비슷한 수치다. 특히 제주 관광숙박업 사업체는 410곳으로 서울(452곳)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다.

도내 관광사업체의 종사자 수는 1만4696명으로 전국 관광사업체 종사자 수의 7.7%를 차지한다. 2020년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취업자 수 대비 관광사업체 종사자 수의 비율을 보면 제주는 3.8%로 전국 평균(0.7%)보다 높아 다른 지역에 비해 제주에서 관광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비중이 현저하게 높다는 것을 가늠할수 있다고 장 소장은 설명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25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