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이야기 물의도시 서귀포] (11)연재를 마치며

[제주의 물이야기 물의도시 서귀포] (11)연재를 마치며
물의도시 서귀포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공론화 시도
  • 입력 : 2022. 11.21(월)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환경문화원·지하수센터 공동
올해 두 번째 물 프로그램 개최
서귀포 옛 인공수로길 탐방 등
모두 여섯 차례 강좌 답사 진행
물의 도시 서귀포 구상 공론화


[한라일보] 사단법인 제주환경문화원은 올해 두 번째로 서귀포시민을 대상으로 물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제주연구원 제주지하수연구센터와 동네책방 인터뷰가 함께 기획한 것이다. 지난 주말인 19일까지 이어졌다.

제주는 물이 귀하여 마을마다 공동체가 함께 물을 이용하고 관리하였으며, 갖가지 노력과 생활의 지혜로 물을 절약하고 극복하고자 했다. 물 부족을 온전히 겪은 세대로부터 일상적 물 사용의 기억과 이야기 등 그에 얽힌 경험을 듣고 어른들의 지혜와 물을 소중히 여기는 삶의 자세를 통해 차세대와 공유하고 자료를 축적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강문규 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과 제주도민들이 지난 8월말 서귀포 정방천, 정모시를 탐방했다. 사진=강경민 작가

물 교육이란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제주의 물이야기이면서 '물의도시 서귀포'를 공론화하기 위한 취지였다. 올해 물 프로그램은 한차례의 현장 답사와 다섯차례의 강좌로 꾸려졌다. 강좌 중에는 다섯 살부터 아홉 살까지의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물 이야기를 지켜보면서 물에 대한 정서, 물의 소중함을 아는 교육은 이를수록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했다. 어떤 이념보다, 도덕이나 철학보다 물은 평생동안 이 아이들과 함께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귀포 물 문화 답사는 지난 8월 20일 한라일보 논설실장을 역임한 강문규 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의 안내로 이뤄졌다. 서귀포시민을 비롯한 도민과 남주고 학생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물의 도시 서귀포'를 탐방하는 행렬은 원도심의 역사·문화를 탐하며 옛 수로를 따라 추억에 젖었다. 수로를 걸으며 도심 속 인공수로 조성을 통한 서귀포시의 변화상을 듣고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탐방은 서귀진성 터를 출발해 자구리~소남머리~정방폭포 상류인 서복전시관 및 옛 전분공장~수로의 시작점인 정모시~물통동산~단추·전분공장~이중섭거리 구간에서 이뤄졌다. 강문규 전 소장은 초등학교 등 유년시절의 경험과 함께 인공수로길에 대한 역사를 곁들이며 탐방행렬을 이끌었다. 그는 "서귀포는 서귀진 축성시기였던 430여년전, 인공수로를 통한 물의 개척과 이용을 통해 발전한 독특한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이 19일 오후 서귀포 동네책방 인터뷰에서 '물의도시 서귀포를 말하다'를 주제로 물토크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제주연구원 제주지하수연구센터와 공동으로 마련한 것이다. 사진=강경민 작가

"원도심을 형성케 한 옛 물길은 1960년대까지 400년간 원형을 유지하며 사철 흘렀으나 난개발과 산업발전, 그리고 환경에 관한 무지와 무관심에 물길은 역사속에 묻혀 버렸다. 현재 정모시공원 진입도로 밑에 묻힌 폭 2m가량의 물길 300m정도를 복원한다면 진정한 물의 도시 서귀포로 탈바꿈하는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이광준 서귀포문화도시센터장은 9월 17일 '서귀포 물맞이 문화이야기'로 서귀포 물이야기를 이어갔다. 제주 용천수와 허벅문화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미래의 제주 물축제의 지향점과 제안, 그리고 고민들, 더 나아가 세계적인 물축제와 물문화에 대한 연대에 이르기까지, 넓은 시공간 속에서 제주의 물문화를 조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센터장은 서귀포의 물 이야기 중에서도 물맞이 문화를 주목했다. 길고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잠시 쉬어갔던 한때, 백중 물맞이. 힘든 노동에 시달린 몸과 마음을 폭포수 밑에서 시원한 물맞이로 치유하고 유쾌했던 한때의 기억을 재현한 물문화 축제를 제안했다. 지역민들과 방문자가 함께 향유하는 축제, 문화의 고유성을 지켜나가면서도 현대인들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 이 센터장은 그 축제의 실마리를 서귀포의 물맞이에서 찾고자 했다. 더욱이 비예산축제로 치르자는 구상이었다.

'물의도시 서귀포를 말하다'를 주제로 물토크 하고 있다. 사진=강경민 작가

고광민 서민생활사 연구자는 10월 29일 '제주 생활 속 물 이야기'와 함께 했다. 몇 장의 사진과 어떤 지적 기교도 없는 텍스트로 전해 들은 그의 물 이야기는 그 어느 강연보다 강렬하고 인상 깊었다.

고 선생은 제주 사람들이 물 부조로 서로 도우며 살았던 이야기도 전했다. 집 한 채를 짓기 위해서는 온 마을의 어머니들이 전부 물허벅을 져오는 물 부조로 흙질하고, 그래서 집이 완성될 수 있었다고 한다. 적어도 60가호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한다. 선생은 무엇보다 이 공동체가 해체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전문가)

식물분류학자인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11월 12일 '백록담에 전설을 남긴 사람들'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백록담의 어원에 주목하면서 '흰 사슴이 이곳에 떼를 지어 놀면서 물을 마셨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사전적 정의에 의문을 품고 그 어원을 찾아 나섰다고 했다. 그 옛날 중앙아시아의 민족들과의 교류, 침탈의 영향 등으로 언어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으며 그들의 언어인 퉁구스어, 몽골어 등의 일부가 이 곳 제주의 백록담 세 글자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김 박사에 따르면 과거 사람들은 백록담을 호수라는 의미의 '바쿠'라고 불렀을 가능성, 이후에도 역시 호수라는 뜻의 '바쿠노루'로 불렀을 가능성, 이후 그것이 결과적으로 백록담이 되었을 가능성의 근거를 찾았다. 흥미로운 점은 백, 록, 담 세 글자 모두 호수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은 지난 주말인 19일 '물의도시, 서귀포를 말하다'를 주제로 올해 마지막 물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강 원장은 서귀포 원도심 하천 정방천(동홍천)과 연외천 속의 물 이야기를 중심으로 인공수로를 조명했다. 이어 일본의 유후인마을, '물의 정원' 하리에 마을, 시마바라반도 시마바라시의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 중국 산동성 성도 제남시의 물 이야기를 전했다. <끝>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28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