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 오름 불 놓기 취소…개막날 뒷북 결정

제주들불축제 오름 불 놓기 취소…개막날 뒷북 결정
새별오름 태우기 비롯 불 주제 프로그램 전부 취소
뒤늦은 결정에 항공권 예매 관광객 등 혼선 불가피
  • 입력 : 2023. 03.09(목) 23:20  수정 : 2023. 03. 10(금) 10:49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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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 놓기가 전격 취소됐다. 건조한 날씨 속에 전국적으로 산불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오름에 불을 지르는 축제 방식이 국민 정서에 반하고, 탄소 배출량이 많아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한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축제를 강행한 제주시가 뒤늦게 주요 프로그램을 취소하며 혼선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제주시는 9일 오후 긴급 회의를 열어 올해 제주들불축제 일정 중 오름 불 놓기를 비롯해 횃불 대행진, 달집 태우기 등 불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모두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프로그램인 콘서트, 제주어퀴즈대회, 도민 노래자랑 등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제주시의 이런 결정은 지난 8일 경남 합천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등 건조한 날씨 속에 산불 위험성이 커져 오름에 불을 지르는 축제 프로그램을 강행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름 불 놓기 취소 결정은 이미 이날 축제가 개막돼 들불 불씨 채화 제례와 채화 불씨 퍼레이드 봉송까지 마친 상황에서 뒤늦게 이뤄졌다. 오름 불 놓기는 축제 사흘째인 11일 예정돼 있었다.

제주시의 판단이 늦어지며 시민과 관광객들 혼선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새별오름 전체를 태우는 오름 불 놓기는 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이 장면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오름 불 놓기를 구경하러 비행기표를 예매한 관광객은 항공료를 날리거나 위약금을 물게 됐다.

또 들불축제가 열리는 3월은 건조해 산불 위험성이 원래 높은 시기였다는 점과 축제가 열리기 전 일부 정치권과 시민들이 성명과 게시판을 통해 축제 폐지를 요구해 왔다는 점을 비춰보면 제주시의 정책 결정 과정에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제주녹색당은 지난 8일 성명을 발표해 "기후재난의 현실 속에서 세계 도처가 불타는 마당에 불구경하자고 생명들의 터전에 불을 놓는 파렴치한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며 "오름 훼손, 생태계 파괴, 발암 물질, 토양 오염, 지하수 오염 등의 산적한 문제와 함께 기후재난 앞에 탄소배출을 늘리는 퇴행적 축제는 과감히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기후위기 시대 제주 '국내 유일 불 축제' 변화 요구

한편 강병삼 제주시장은 10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갖고 오름 불 놓기 취소 이유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들불축제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새별오름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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