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카르텔(Kartell)'의 사전적 의미는 동일 업종의 기업들이 이윤의 증대를 노리고 자유 경쟁을 피하기 위한 협정을 맺는 것으로 형성되는 시장 독점의 연합 형태로 경제 용어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의 발언 "태양광 비리는 이권 카르텔", "국민 약탈하는 이권 카르텔 맞서 개혁 실천해야"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카르텔이라는 단어는 주로 부정적으로 쓰이고 있다.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메데인 카르텔 예에서 보듯이 카르텔이든 그 무엇이든 국민에게 불편과 손해를 초래한다면 그것은 개혁하고 혁파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대상과 우선순위를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관피아'는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다. 전 국민이 다 아는 말이다. 관피아가 없어졌는가. 관피아로 인한 민관 유착은 고질적인 사회 문제의 하나다. 그런데도 고위 경제·금융 관료 출신인 모피아, 국토건설부 출신 건피아, 교육부 출신 교피아, 해수부 출신 해피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관피아는 지금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이 카르텔이다.
대통령 친정인 검찰은 또 어떤가. 현 정부의 인사 라인은 모두 검찰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인사를 추천하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인사비서관, 검증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이끄는 한 장관까지 모두 검찰 출신이다. 한동훈 장관을 비롯해 장차관급만 13명이다. 이뿐이 아니다. 금융감독원, 국민연금 등 전문성이 필요한 곳에까지 검찰 출신들이 20여 개 기관에 70여 명이나 들어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 10여 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 정도라면 앞으로 4년여 동안 대통령실과 정부는 물론 산하기관의 주요 요직에 검찰 출신이 얼마나 진출할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카르텔이라고 다 같은 카르텔이겠는가. 이쯤은 되어야 카르텔 아닌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이런 얘기가 있다.
그리스 7현인의 한 사람이며 아테네의 유명한 입법자인 솔론은 자신이 만드는 법에 대해,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 법을 어기는 것보다 더 이롭다는 것을 명백하게 만드는 방식으로서 시민들에게 알맞은 법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나카르시스라는 인물이 반박한다. 법은 거미줄과 같아서 그 그물에 걸릴 만한 나약하고 가냘픈 이들만 붙잡고, 부와 권세가 있는 자들의 손아귀에서는 갈가리 찢길 것이라고.
요즘 상황을 보면 대한민국의 가장 강력한 권력자인 대통령이 바로 고대 그리스에서 아나카르시스라는 인물이 우려했던 그 일을 만만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를 대상으로 앞장서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카르텔은 못 본 체하면서 말이다.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지, 불통, 독선, 독단으로 구성된 자신의 내부에 도사린 카르텔을 해체하는 것이다. <현지홍 제주자치도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