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나해의 하루를 시작하며] 기후변화 때문에 용머리해안이 잠긴다는데

[고나해의 하루를 시작하며] 기후변화 때문에 용머리해안이 잠긴다는데
  • 입력 : 2023. 03.29(수) 00:00  수정 : 2023. 03. 29(수) 14:04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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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도 땅의 역사가 처음 시작된 용머리해안의 가치는 비단 120만 년이라는 연대를 거쳐 온 지질학적으로 뛰어나고 자연 유산적 가치를 지닌 것만으로 보기엔 한참 부족한 듯하다. 인근에 남아 있는 사람 발자국 화석으로 보여지는 인류학적 가치만으로도 어떻게 해서든 있는 그대로 보존돼야 할 고대 유물 유적인 것이다.

옛 제주인들은 이곳 용머리해안을 왕후지지라 일컬으며 걸출한 인재를 배출해 낼 수 있는 정기가 서려 있는 땅이라 여겨 다양한 전설을 구가했던 터였다.

오른쪽으로 보면 그 모양이 용의 형태와 비슷해서 미래의 황제가 태어날 곳으로 여긴 중국의 황제가 혈맥을 자르라고 풍수사를 보냈던 곳이라고 용머리의 목쯤으로 보이는 곳에 나 있는 단층 구조를 그 근거로 들기도 했는데, 언제나 이런 이야기의 중심에는 미래의 후손을 염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사실 이 일대에 얽힌 역사적 의미까지 끄집어내다 보면, 용머리해안과 연결된 산방산의 굴은 고려시대 시승으로 뛰어난 혜일이 수행하던 곳이고, 조선시대 인근 마을 대정에 유배 생활 중이던 추사가 자주 찾던 곳이며, 현대 세계 최다 박사학위 취득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서경보 스님이 출가수행을 한 곳으로 알려져 그 인문학적 가치 역시 제고 할 만하다.

이런 용머리해안의 높은 가치도 지금 인류세의 기후변화인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되는 바람에 어떠한 자구책도 마련될 겨를 없이 바닷물 속에 속수무책으로 잠기고 있다.

기상청에 의하면 제주도 해수면은 근 40년간 약 24cm 상승했고, 용머리해안 종일 관람일수도 점차 줄어들어 2011년에는 214일로 한 해 중 58.6%였던 것이 2018년에는 63일로 17%, 2019년에는 75일로 20.5%, 2020년에는 42일로 11.5%, 2022년에는 34일을 기록하며 한 해 중 10.8%라는 방점을 찍고 말았다.

용머리해안 해수면 상승은 온실가스 저감 없이 현재 상태로 배출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 RCP 8.5로 예측해볼 때 1989년 기준으로 보면 2050년에는 48.9cm, 2100년에는 105cm 상승한다.

현재 해수면 상승으로 미치는 영향은 태풍이나 홍수로 인해 2030년 한반도의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332만명이 직접적인 침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블루카본인 해양생태계의 탄소 흡수 속도는 육상생태계보다 50배 이상 빠르고 그 양도 5배가 넘기도 하거니와 수천 년 동안 탄소를 저장할 수 있어 세계 각국에서 훼손된 해양생태계 복원작업을 서두르는 추세다. 온실가스 저감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저탄소 시나리오 RCP 4.5 정도만 가게 되더라도 21세기 후반 우리 후손들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한편 제주도 해안 쓰레기 배출량도 2021년 2만 톤이 넘는 조사 결과를 보였다 하니 우리 모두 주객을 넘어서 쓰레기를 줄일 줄 아는 사람의 가치부터 찾아야 마땅하다.<고나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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