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4·3길은 4·3 당시 제주도민이 겪은 역사의 현장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고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 4·3의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조성됐다.
현재까지 ▷안덕 동광마을 ▷남원 의귀마을 ▷조천 북촌마을 ▷한림 금악마을 ▷표선 가시마을 ▷오라동 ▷애월 소길마을 ▷아라동 등 총 8곳의 '제주4·3길'이 운영되고 있으며 4·3길을 통해 각 마을별 4·3 유적지를 둘러볼 수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1만1000여명이 제주4·3길을 걸으며 4·3의 역사를 몸과 마음으로 느꼈다. 이는 4·3길 해설사를 통해 해설을 들은 인원을 합산한 것으로, 해설 없이 자율 탐방에 나선 탐방객들을 포함하면 그 인원은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도, 동광·북촌마을 등 역사 현장 8곳에 ‘4·3길’ 조성
평화·인권 교육의 장 활용… 작년 1만여명 해설 탐방
제주도는 8곳의 4·3길에 18명의 해설사를 배치하고 있다. 해설사들은 자원봉사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일정에 맞춰 한 달에 적게는 5일에서 많게는 15일까지 근무하고 있다. 제주도는 해설사에게 일정 활동비를 지원하며 탐방객들은 무료로 4·3 유적지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4·3길 주요 포인트인 너븐숭이.
지난달 31일 제주시 조천읍 북촌마을 4·3길을 걸어봤다. 북촌 너븐숭이 4·3기념관을 출발해 4·3 학살터였던 몬주기알, 북촌포구, 낸시빌레, 꿩동산, 마당궤 등 4·3 역사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북촌마을 4·3길은 약 7㎞ 정도로 2시간가량이 소요된다. 뿐만 아니라 북촌 환해장성과 북촌마을 본향당 등 마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도 4·3길에 포함돼 있다.
북촌마을은 일제 강점기 항일 운동가가 많았고 해방 후에는 인민위원회를 중심으로 자치조직이 활성화된 마을이었다.
1947년 3·1사건 발생 이후 1947년 8월 13일 전단을 붙이던 주민들을 향해 경찰이 발포하며 3명이 부상을 당하고 1948년 4월 21일에는 무장대가 북촌리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소를 공격해 선거기록을 탈취하는 일도 있었다.
1949년 1월 17일에는 너븐숭이 인근에서 군인 2명이 무장대의 습격으로 사망하자 북촌초등학교 주변 들과 밭에서 북촌주민 300여명이 집단학살 당하는 등 북촌마을은 4·3사건 최대의 피해 마을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날 북촌마을 4·3길에서 만난 60대 부부는 "올레길을 걷던 중 4·3길도 함께 걷고 있다"며 "실제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을 살펴볼 수 있어 좋았고 제주4·3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4·3길은 붉은색과 흰색의 상징 띠를 따라 걸으면 된다. 길 곳곳에 방향을 알리는 상징 띠와 표지판 등이 있어 참고할 수 있고 해당 마을 리사무소나 4·3길 센터를 방문하면 지도를 포함한 각 유적지 별 설명 자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자세한 해설을 듣고 싶다면 해설사 프로그램을 사전 신청할 수 있다. 동광, 의귀, 금악, 가시, 소길마을은 리사무소로 신청하면 되고 북촌은 너븐숭이 기념관, 오라동과 아라동은 제주도 4·3지원과(064-710-8455)로 문의하면 된다.
제주4·3의 현장을 현장감 있게 살펴볼 수 있는 4·3길에 대한 관심과 홍보, 더 많은 4·3길 개통도 필요해 보인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소길마을 4·3길이 개통했고 12월에는 아라동 4·3길이 개통돼 더 많은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는 해설사 활동 근무 환경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춰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