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15분 도시 제주'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15분 도시'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도보 또는 자전거로 15분 거리 안에 있도록 조성된 도시이다. '15분 도시'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낸 사람은 파리 소르본 대학 도시설계학자인 까를로 모레노 교수이다. 그는 2016년 15분 도시를 설명하면서 자동차 의존도를 줄이고 신체활동을 늘림으로써 지속가능성과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고 했다. 파리 최초의 여성 시장인 안 이달고는 '내일의 도시 파리' 공약으로 15분 도시를 천명했고 이에 따라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도로를 만들어 차량 운행을 금지하고 녹지공간을 조성하면서 파리를 15분 생활권으로 나누고 있다. 15분 도시는 뉴욕과 파리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한 C40에서 의제로 채택됐고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도심 밀도를 낮추는 방안으로 본격화됐다.
15분 도시가 추구하는 가치는 그 도시의 정체성과 깊게 연관돼 있다. 파리가 자동차 운행을 제한함으로써 보행과 자전거 중심의 녹색도시를 추진하는 반면 포틀랜드는 상업지구 조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한다. 부산은 일상생활이 편리한 '그린스마트 도시'를 추진하면서 지역공동체 공간을 조성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고 문화서비스 거리를 단축해 문화시설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다. 민선 8기 제주도정은 15분 도시 제주 조성을 통해 지역 균형성장 실현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후 제주가 추구하는 15분 도시의 개념을 속도와 성장을 중시하는 '시설 중심 도시'에서 사회적 연결이 가능한 '사람 중심 도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최근 스웨덴 언론에 보도된 스웨덴 상공회의소의 보고서 내용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사는 대부분의 스톡홀름 카운티 주민이 자전거나 도보로 15분 거리 내에 의료나 교육 등 필요시설에 도달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지만 도시가 접근성 좋은 중앙에 집중되고 저소득·저학력 주민이 외곽으로 밀려나 삶의 질과 도시의 역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민이 편의시설이 모두 갖춰진 15분 도시 내에 안주해 여행과 다른 지역과의 교류가 줄어든다고 밝혔다.
'15분 도시 제주'가 단지 공간과 서비스의 개념에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 15분이라는 물리적 시간에 얽매여 정작 중요한 삶의 질이 소홀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제주의 15분은 제주에 사는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따뜻해지는 시간이고 제주 사람이 느끼는 체감 거리가 가까워지는 시간이며 제주의 삶의 거리가 긴밀해지는 시간이어야 한다. 제주의 동과 서, 남과 북이 제주라는 용광로 안에서 정서적으로 어우러지는 시간이어야 한다. '15분 도시 제주'는 제주를 15분 도시 생활권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15분 도시로 통합하는 개념이어야 한다. 그래서 15분 도시 제주의 미래는 제주 도민 각자가 제주 안에서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할 것이다.<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