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현성 이설 600주년/ 과거와 미래를 잇다] (1)현성 이설의 역사적 배경

[정의현성 이설 600주년/ 과거와 미래를 잇다] (1)현성 이설의 역사적 배경
제주 동부권 행정 중심지 방어, 시대적 요구 반영
  • 입력 : 2023. 04.21(금) 00:00  수정 : 2023. 04. 23(일) 12:53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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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치우치고 왜구 침입 잦아
1423년 이설 시작 닷새 만에 끝내
이후 1899년까지 6회 걸쳐 증축
600주년 ‘정의골축제’ 확대 개최
성읍마을 세계문화유산 재추진
현성 보전·관광콘텐츠 개발 시급




올해는 정의현성이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에서 표선면 성읍1리로 옮겨진 지 6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특히 성읍민속마을은 국내에서 주민이 거주하는 유일한 국가문화재 지역으로서 전통문화에 대한 전승·보전은 물론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신구간의 조화가 필요한 곳이다. 이에 본보는 도내·외 취재를 통해 지자체의 체계적인 현성 보전 방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대한 노력 및 주민들의 관심, 그리고 재산권 행사 및 환경개선 제약 문제에 대한 해소방안, 새로운 관광 콘텐츠 개발의 필요성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성산 해안에서 내륙 성읍1리로 옮겨진 까닭은

조선시대 제주도는 제주목과 정의현, 대정현 등 3개 읍으로 행정구역이 나뉘었다. 설치 당시 정의현성은 현재 성산읍 고성리에 있었으나, 1422년(세종 4년) 12월에 진사리로 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이듬해인 1423년에 이설을 시작해 5일만에 마쳤는데, 당시 동원된 삼읍의 백성의 수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이후 1899년까지 6회에 걸쳐 증축이 이뤄졌고, 현재 성의 일부와 남문·서문이 복원돼 있다.

정의현성의 신축과 이설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태종실록'과 '세종실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태종실록'에는 "본래 태종 16년(1416년) 5월 6일 제주 도안무사 오식과 전 판관 장합 등이 제주를 삼읍으로 나눌 것을 계정할 때에 정의현을 두었다"라고 기술돼 있다. 또한 '세종실록'에는 "정의현청(옛 정의현성, 현재 성산 고성리)은 땅이 우도에 가까워서 새벽과 밤에 고각 소리가 들리고 큰 바람이 여러 번 불어서 곡식은 흉년들었을 뿐만 아니라 왜적이 번갈아 침범하였다. 이에 따라 세종 4년(1422년)에 정의읍성을 진사리에 옮겨 쌓았으니 곧 지금의 읍내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현재 제주도의 동부지역인 정의현은 왜적의 침입이 잦았던 곳으로 당시 방어상의 문제도 반영되면서 현성 이설이 이뤄졌다. 현성은 행정적 목적을 위한 성으로 제주의 진성, 장성과는 다르게 읍의 중심에 설치됐다.



▶옛 정의현 마을 모두의 '정의골한마당축제' 연다

정의현성이 위치한 성읍민속마을은 '정의골'이라 불린다. 마을사람들은 오랜 역사와 전통문화를 이어가며 이를 시연하는 정의골한마당축제를 매년 9~10월쯤에 열고 있다. 특히 올해는 현성 이설 600주년을 맞아 기존의 재연·체험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며 제주도민과 관광객 모두의 축제로 장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행사 주체인 성읍1리마을회는 앞으로 축제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현감 행차'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시연한다. 기존의 현감행차를 서귀포시장이 현감의 자격으로 도지사를 맞이하는 모습으로 확대해 연출할 계획이다. 주민 전체가 참여한 가운데 마을 입구부터 이어지는 1.5㎞ 구간에서 '목사 행차'의 방식으로 펼쳐지며 장관을 이룰 전망이다.

주최 측은 당시 정의현의 마을 모두의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현재의 성읍민속마을을 품고 있는 표선면을 비롯해 인근 성산읍 시흥리부터 남원읍, 그리고 법환동까지를 아우르는 화합의 장을 모색한다. 이들 마을들의 서귀포칠십리축제에서 펼치는 마을별 퍼레이드를 축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최 측은 예전 성담을 쌓을 때 떡과 고기를 나눴던 풍습을 되살려 돼지를 직접 잡아서 삶고 나누는 이벤트도 구상 중이다. 부대행사로 전통음식인 몸국과 빙떡 등을 만들고 먹는 체험의 기회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민속놀이도 풍성하게 차린다. 소리를 곁들인 조팟볼리기(조밭다지기), 검질(김)매기, 마당질(도리깨질), 방에질(방아질), 고레골기(맷돌질), 촐비기(꼴베기, 영장(장사 치르기), 달구질 등이 옛 선조들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전통음식으로는 범벅, 빙떡, 모멀(메밀)죽, 오메기떡, 모멀만듸(메밀만두), 상외떡(증편), 돌레떡, 시리(시루)떡, 지름(기름)떡 등이 있어 축제의 풍미를 더할 참이다.



■ 고영만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장 인터뷰


"제주도민 전체 보은·화합의 축제 개최할 것"

전통민속 재연 축제준비위 구성
주민재산권 피해 해소 노력과
세계문화유산 등재 향후 계획도



"올해, 정의현성 이설 60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지켜온 성읍민속마을의 전통문화·축제와 연계해 당시 성곽 축조에 애써준 삼읍(제주목, 대정현, 정의현)의 후손들과 함께 하는 보은과 화합의 축제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성읍민속마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제주도민의 성원 속에 제주섬 전체의 축제로 만들고 싶습니다."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인 성읍민속마을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고영만 본부장(사진)의 말이다.

그는 "정의현성은 음력 정월의 혹한 속에서 삼읍에서 동원된 백성들에 의해 5일만에 이설돼 왜적 침입의 우려가 없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터전을 갖추게 됐다"며 "이에 보은·화합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행정에서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도 유산본부는 올해 정의현성 이설 600주년을 맞아 예산 3억원과 전통민속 재연 축제 예산 6000만원을 지원한다"며 "현재 성읍1리마을회에서 축제준비위원회를 구성 중에 있다"고 했다.

고 본부장은 성읍민속마을의 국가문화재 지정에 따른 주민들의 재산권 피해 해소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향후 계획도 밝혔다.

그는 "정의현성이 위치한 성읍민속마을은 1984년 국가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의 재산권 피해가 심해 가옥에 대한 현상변경허가 절차가 복잡해 무허가로 가옥을 개조해 불법(870동)을 양산하고 있다"며 "이에 현상변경 허가 권한을 제주도로 이양 또는 (문화재청 차원에서)대폭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올해부터 현상변경허가 절차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전문가 자문단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고 본부장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문화재청 잠정목록 추진 계획과 관련 "잠정목록 등재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전 단계로 성읍민속마을에 대한 추가 연구와 함께 훼손된 가옥의 원형 복원 및 무허가 건축물의 정비가 수반돼야 한다"며 "현재 추진 중인 성읍민속마을 3차 종합정비계획(2023~2032)에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위한 방안을 포함토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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