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병원 영아 오투약 사망사고 은폐 간호사들 실형

제주대병원 영아 오투약 사망사고 은폐 간호사들 실형
간호사 3명에게 징역 1년~징역 1년 6개월 선고
재판부 유기죄 직권 적용·유기치사는 무죄 판단
유족 "이런 판결 어디있나" 항의하다 퇴정 당해
  • 입력 : 2023. 05.11(목) 12:13  수정 : 2023. 05. 13(토) 20:03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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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월 영아 약물 과다 투여 사망사건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제주대학교병원 의료진.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12개월 영아에게 의사 처방과 다른 방식으로 약물을 과다 투여해 숨지게 하고 사고를 은폐한 간호사들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11일 업무상 과실치사와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제주대병원 간호사 진모씨와 강모씨, 수간호사 양모씨에게 각각 징역 1년 2개월과 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진씨와 강씨에게 징역 4년을, 양씨에게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

진씨는 지난해 3월 11일 코로나19로 입원 치료 중이던 12개월 영아에게 의사 처방과 다른 방식으로 약물을 과다 투여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담당 의사는 이 영아에게 '에피네프린'이란 약물 5㎎을 희석한 후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약하라고 처방했지만, 진씨는 에피네프린 5㎎을 그대로 정맥 주사했다. 에피네프린은 기관지 확장과 심정지 시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킬 때 사용하는 약물로, 영아에게 정맥주사로 투여할 시 적정량은 0.1mg이다. 적정량의 50배에 이르는 약물을 과다 투여 받은 영아는 이튿날 숨졌다.

진씨와 같은 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강씨는 약물 투약 직후 영아의 상태가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잘못을 알았지만 이를 담당의사에게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또 강씨는 처방 내용과 처치 과정 등 의료기록을 삭제한 혐의도 받는다.

수간호사인 양씨 역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을 인지하고도 담당의사 등에게 보고하지 않고 은폐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부는 이들이 투약 사고 후 환자를 보호해야 함에도 오히려 사고를 은폐하는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직권으로 유기죄를 적용해 유죄로 판결했다. 검찰은 간호사들의 은폐 행위 때문에 담당 의사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해 피해자가 결국 사망했다며 유기치사 혐의도 적용했지만 재판부는 유기죄만 유죄로 인정했다. 피해자 사망은 약물 과다 투여에 의한 것이지 은폐 행위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처럼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소사실보다 축소된 범죄 행위에 한해 직권으로 유죄 판결을 하는 것을 축소사실 인정이라고 한다. 다만 재판부는 유기죄가 인정된 만큼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선 따로 주문을 통해 무죄 선고를 하지 않았다. 또 재판부는 수간호사 양씨에게 적용된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병원과 의사, 간호사에 대한 깊은 신뢰를 크게 훼손했고 우리 사회가 받은 충격이 크다"며 "다만 피고인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유족을 위해 각각 50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선고 형량이 검찰 구형보다 낮게 나오자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은 "돈을 냈다고 형량을 줄여주느냐. 세상에 이런 판결이 어디 있느냐"고 강하게 반발하다 퇴정 당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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