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노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떠한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노인에 대한 인식을 주제로 한 국내 연구들에 따르면 젊은 사람의 대다수가 노인을 노쇠하고, 나약하고, 무능하고, 의존적이고 등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가진 것으로 보고한다. 일반적으로 노인이 되면 빈곤, 질병, 고독, 무위(無爲)의 4고(苦)를 경험한다고 설명하고, 흔히 노인을 묘사할 때 지팡이를 들고 걷거나, 허리가 구부정하게 굽어 있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내 주변에 65세를 넘으신 분들을 잠시 떠올려 보면 이러한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틀렸다는 사실을 금세 깨달을 수 있다.
베이비붐세대 맏형이라 일컫는 1955년생 아버지는 법적 나이로는 노인이지만 매일 매일 동네 올레길을 산책하고 운동하며 여전히 왕성하고 건강한 체력으로 생활하신다. 올해 70세가 되는 시어머니는 남다른 패션 감각이 있으시고, 스포츠 경기 TV 관람, 라디오 청취, 미술작품 보기 등 며느리보다도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기신다. 지인의 70세 후반 시아버지는 집에서 여러 종류의 꽃을 키우며 꽃이 크는 사진을 찍어 가족들에게 공유하고, 카카오톡을 통해 주변 지인들과 활발하게 소통을 나눈다. 이처럼 조금만 둘러보면 우리 주변에 독립적으로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보내는 노인을 볼 수 있고, 이들의 모습은 전혀 부정적이지 않고 활기차고 자신감이 넘친다.
오래전 과거 노인 세대는 사회적으로 공경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문명사회 발전 과정에서 인쇄기 발달과 산업혁명이라는 두 가지 사건으로 변화했다. 인쇄기가 발전하면서 책과 같은 인쇄물을 통해 문화, 전통, 역사 등의 다양한 정보가 전달됐고, 지역에 노인들이 가진 역사적 이야기와 전통의 중요성이 줄어들게 됐다. 그리고 산업혁명은 더욱 젊고 강한 노동자를 원했고 젊은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노인들은 노동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이후 사회적으로 노인의 지위가 하락하고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편견 및 고정관념이 만연해지고 고착화됐다.
다시 시대가 달라졌다. 현재 노년층은 과거 어느 때보다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독립적이고 활동적이다. 특히 신노년세대라 일컫는 65~74세 전기노인층은 더 이상 나약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소외되지 않는다. 이제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버리고 긍정적으로 바꿀 때이다.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의 전환은 다가오는 초고령사회, 노인 1천만 시대가 암울하고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라 더욱 활기찬 미래에 도래할 수 있음을 기대하게 해준다. 이에 노인복지 정책도 기존 취약계층 중심의 시혜적 지원에서 벗어나 새로운 노년 세대의 활동적이고 자립적인 노후 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이상 노쇠하고 나약하지 않은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를 떠올리며, 제주도민 모두가 노인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전환할 수 있기를 바란다.<김재희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