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인의 한라시론] 위기의 마늘농사

[문영인의 한라시론] 위기의 마늘농사
  • 입력 : 2023. 06.22(목)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요즘 마늘 주산지 마을을 지나다 보면 '마늘가격 보장하라'는 등의 현수막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 농업인들이 겪고 있을 어려움에 가슴이 아프다.

제주산 마늘이 한 때 우리나라 마늘 생산량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황금작물이었던 때도 있었는데,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과 가격 불안정으로 지금은 10년 전 재배면적의 40%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금의 마늘파동을 가져온 것은 수요예측의 실패이다. 지난해 6월에 발표된 농업관측정보에 의하면 2022년산 마늘생산량은 평년에 비해 10% 정도 감소가 예상되며 저장마늘 재고량도 평년 대비 15% 감소했다. 이에 냉동마늘의 수입을 전년보다 늘려 예상되는 소비량을 충족시키려 했다.

하지만 올해 경제 사정으로 소비자의 가계비 지출이 줄어들면서 가정에서의 김장용 마늘수요가 줄어들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자료에서 저장마늘 출하량이 감소했다는 것이 확인됐고, 이후에도 저장마늘 재고량은 햇마늘 수확기까지 모두 소비되지 않고 지속돼 오늘의 가격 하락에 이르렀다.

잦은 봄비로 제주산 마늘의 생산량은 감소했지만 전국의 마늘 생산량은 전년보다 증가한 가운데서 가격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격이 낮게 형성됐지만 판매량도 줄었다.

현재의 어려움을 계기로 올해 파종할 면적이 감소할 것이며, 대체되는 면적만큼 또 다른 품목을 재배하면 대체 품목을 수확할 때 과잉생산이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올봄 마늘재배농업인들이 '마늘생산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마늘 생산비 보장 촉구 궐기대회'를 가진 바 있다. "정부는 마늘 수매가격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가 마늘 수매가격을 보장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마늘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었지만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지금까지 실시했던 산지폐기 또는 비축용 수매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농업인들만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

우리나라에 농업 관련 기관, 단체에 종사하는 전문가로 분류될 수 있는 인력은 대략 15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분들 중 마늘과 관련된 인력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남해안을 중심으로 새로운 품종을 도입해 마늘재배가 호황인 반면 제주에는 상해에서 들여온 '남도마늘' 이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수확량이 많고 재배하기 쉬운 새로운 품종을 내놓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족한 노동력에 대비한 다양한 농작업 기계의 개발과 새로운 품종의 보급 등 마늘가격 안정을 위한 노력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겠다.

농업 관련 전문가들은 매 순간 변화하는 농업현황을 파악하고 예측되는 어려움에 적극적으로 대비했으면 좋겠다.<문영인 제주농업생명과학박사연구회>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33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