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민의 책과 함께하는 책읽는 가족] (4)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서귀포시민의 책과 함께하는 책읽는 가족] (4)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서점이라는 공간 통해 함께 살아가는 법 이야기해요"
  • 입력 : 2023. 06.30(금)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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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 꾸려가는 아버지
빈티지숍을 운영하는 아들


"아빠가 읽어주던 그림책들
어릴 적 좋은 기억으로 남아"
휴남동 서점과 닮은 '북타임'
느리게 흐르지만 편안한 쉼터






[한라일보] 서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관계를 만들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서울의 후미진 골목, 그곳에 평범한 동네 서점이 자리한다. 그곳은 우호적 거리두기로 인한 우정과 진솔한 대화, 느슨한 연대를 통해 스스로 일어서고 희망을 향해 걸어 나갈 힘을 주는 공간이다.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황보름 지음, 출판사 클레이하우스>







▶대담=김미자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책읽는 가족=임기수·우찬 부자.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서 동네 책방을 운영하는 '북타임' 대표 임기수 씨와 책방 작은 공간에서 빈티지숍을 운영하는 아들 우찬 군.



6월 책 읽는 가족으로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서 동네 책방 '북타임'을 운영하는 임기수 대표와 아들 우찬씨가 함께했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제공



▶김미자(이하 김) : 책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은?

▷임기수(이하 임) : 작가가 동네 책방의 생태를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방 운영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등장인물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있고, 서로의 아픔과 고민을 얘기하며 힘이 되어주는 내용이 보기 좋았다. 동네 책방이 심리적인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 같다.



▶김 : 이 책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면?

▷임 :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단기 알바생이다. 그래서 일에 대한 생각도 자칫 가벼워질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최선을 다하고, 나은 결과를 얻어내려고 노력한다. 이 책 전반에 걸쳐 꿈, 목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등 '일'에 대한 내용들이 많다. 요즘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와 직업에 대한 생각들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 같다. 기성세대들이 가진 일에 대한 개념과 청년들의 생각, 가치관의 문제를 다루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장에서 인정받던 주인공이 직장을 그만두게 된 배경과도 일맥상통한다. 아마도 책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책방 주인이 끊임없이 뭔가를 추구하며 노력하는 삶이 청년층들에게 스스로 노력해서 이루어야 함을 시사하는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 보게 된다.

▷임우찬(이하 우찬) : '일'에 대한 생각은 주관적인 것 같다. 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한 하나의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아빠의 작은 공간을 빌려 빈티지숍을 열었다. 평범하진 않지만 이것도 내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나름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고 있고, 지금에 만족한다.



▶김 : 주인공 '영주'는 등장인물들이 섬처럼 그려진 소설을 좋아한다. 혼자라서 자유롭고 외로워서 깊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특별히 좋아해서 읽게 되는 책이 있다면?

▷임 : 소설을 좋아하고, 주로 읽는 편이다. 무엇보다 책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생각과 지식을 주입식으로 보여주는 책을 보면 읽다가 덮어버리게 된다. 한 번 잡으면 빠져들 수 있게 되는 책이 좋은 책이다. 예전에 성석제, 정지아 같은 작가의 소설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정지아 작가의 최근에 나온 책을 읽었는데, 역시 좋았다. 언어를 자아내는 힘이 느껴지는 작가들이다.

▷우찬: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책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다. 어릴 때 아빠가 그림책을 많이 읽어줬다. 저녁이 되면 아빠가 오는 시간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책을 좋아해서라기보다 아빠가 그림책 읽어주는 시간이 좋았던 것 같다.



▶김 : 휴남동 서점은 주인공의 개성과 특징이 반영되어 꾸며진다. '북타임'은 대표님과 어떤 모습이 닮아 있나?

▷임 : 게으름이 닮았다. 북타임은 느리게 흘러간다. SNS 활동도 안 하고 이벤트도 없다. 조급함이 문제를 불러온다. 그래서 이용자들에게 편안함을 주려고 노력한다. 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사진을 찍으며 오래 머물러도 개의치 않는다. 주인이 있든 없든 자유롭게 머물기를 바란다. 가족끼리 오는 여행객들이 많은 편이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도 좋다.



▶김 : 동네에 서점이 있으면 좋은 이유는?

▷임 : 책방 하나가 동네의 분위기를 바꿔놓기도 한다. 시내에서는 임대료가 큰 부담이 되었다. 2015년도 처음 시내에 책방을 열었을 때는 서점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누군가가 책방을 해보면 어떻겠냐 하는 소리에 시작을 했고,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어서 기존의 서점과는 다른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돈 안 되는 방향으로만 걸었던 것 같다. 이곳 위미리에 책방을 열고 보니 어릴 때부터 나고 자란 곳이라 정감 있고, 무엇보다 동네 친구들이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어서 좋다. 저녁이 되면 삼삼오오 모여든다. 마당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동네의 아지트다. 초,중학교 동창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곳이 되었다. 누군가 이 공간에서 즐기면 그만이다.



▶김 : 같은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임 : 아름다운 모습만 많이 보여준 것 같다. 책방 주인이 꿈인 사람들이 많다. 책방을 운영하려는 사람들이 환상을 가질 수도 있어 보인다. 현실적인 문제보다 다소 이상적인 모습들이 많이 비춰졌다. 주인공은 직장 생활도 열심히 했고, 잘 나갔다. 경험이 쌓인 경우다. 휴남동 서점 대표에게 책방을 몇 년 동안 운영할 것인가를 묻고 싶은 이유다.



▶김 : 주인공 영주는 휴남동 서점의 미래를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기, 여행, 베스트셀러 없애기 등 3가지 계획을 세운다. 꼭 이루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임 : 내 생활이 여유로운 것이 중요하다. 그림책 마을을 만드는 꿈을 갖고 있다. 영국의 리처드 부스가 고향 '헤이온와이'에 책 마을을 열어 세계적인 명성지가 된 것처럼 이곳 위미리에 그림책 마을을 만들고 싶다. 제주는 그 어느 곳보다 인프라가 구축된 곳이다. 영국이나 이탈리아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위미리의 지리적 조건에다 주변에 책방이 연결되어 있으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같은 직종으로 특색있는 책방들이 늘어서 있으면 좋다. 유럽의 책방들도 산간이나 오지에 있지만, 지금은 핫한 곳이 되었다. 마을이 달라질 수 있다. 책방들이 한곳에 모이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



▶김 : 주인공 영주에게 서점은 자신으로 존재하고 자신을 긍정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끝으로, 대표님에게 '북타임'은 어떤 공간인가?

▷임 : 인생의 종착역이다. 아마 이 일을 하지 않았으면 바다를 좋아해서 바다 관련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혼자 방황하는 삶을 좋아한다. 번잡하고 얽매이는 건 싫다. 이곳은 가장 편안하면서 자유로운 공간이다. 일상이 지쳐서 쉬러 왔다는 여행객들을 만난다. 직장생활을 했으면 나도 이 일을 못 했을 것이다. 직장을 일찍 그만두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길을 걷게 되었다. 다행이다.

▷우찬 : 아빠가 책방 일을 좋아하고, 만족하시는 것 같다. 오래도록 이 일을 하셨으면 좋겠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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