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수도권에서 IT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고민이 깊다. 같은 업종에서 임금수준이 급격히 오르는데다 업계내 인력빼가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좋은 인력을 유지하고 또 유치하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고민의 해결책으로 A씨가 고심 끝에 택한 것은 제주 워케이션 도입이다.
다양한 이유로 워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업무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성한 신조어로,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새로운 근무형태이다. 기업은 근로자들의 복지향상과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워케이션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회사가 비용을 대는 호텔·리조트에 머물면서 낮에는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퇴근해서는 자유롭게 쉬면서 여가를 즐긴다. 특히 중소기업, 스타트업기업들이 근로자 복지를 워케이션으로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주는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워케이션 선호도 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였다. 세계적인 워케이션 성지라 불리우는 인도네시아 발리에 못지않게 제주는 휴양·힐링 아일랜드로서의 이미지가 높다. 더불어 관광여가 인프라가 이미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제주에서 제대로된 휴양을 즐길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제주는 이러한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6월 「제주특별자치도 투자유치 촉진 조례」를 개정하여 전국 최초로 워케이션을 공식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었다. 이로써 제주는 외부적으로는 워케이션에 대한 적극적인 수요가 뒷받침되고, 내부적으로는 지원 여건을 만들어 내외부 환경이 완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제주는 이러한 여건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단순 경제적 효과를 넘어서 경제-산업(기업)-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지역상생의 모델로 확대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경제적 상생모델은 여타 지자체가 목적하는 바와 같이 워케이션 근로자들의 소비와 체류를 통한 단기적 효과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이들 기업이 자체 위성오피스를 설치하거나 완전히 기업을 이전시키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산업(기업)적 상생모델은 이것을 좀더 확대시켜 도내 기업과 일명 'Meetup Day!'와 같은 교류프로그램을 정책적으로 지원하여 워케이션 기업과 지역내 관련 업종 기업이 정보교류와 친목도모, 더나아가 협력사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지역산업 성장의 발판을 제공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커뮤니티 상생모델은 읍면지역 공유업무시설을 이용하는 워케이션 근로자가 지역사회와 충분한 교류와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주민-근로자간 상호 이해의 기회를 제공하고, 제주 토착 문화를 주민들을 통해 체험하게 할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까지 확대시키자는 것이다.
제주는 이미 세화리 '질그랭이센터'가 지역커뮤니티 주도 워케이션 운영의 우수한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지역주민과 워케이션 근로자의 교류를 통해 기업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하므로써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발굴로 확장하는 상생모델로 확장시킬수 있음을 증명한다. 일례로 일본 미나미쵸 지역은 워케이션 기업과의 교류를 통해 고령자를 위한 고령자 안부 시스템과 피난로 유도앱을 개발하여 지역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한 사례가 있다.
워케이션은 국내에서는 초보적인 단계라고 볼 수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매우 빠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는 무비자라는 제도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워케이션 대상을 아세안+α지역으로 적극 확대, 해외 근로자와 동반인 유치, 장기체류의 효과뿐만 아니라 글로벌 목적지로서 제주의 국제적 위상 또한 높여야 한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는 줄어도 워케이션은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제주는 현재의 워케이션 기회를 경제적 효과를 뛰어넘어, 지역상생의 모델로 확장하기 위해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선영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