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보호 더는 미룰수없다] (6)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수중정원

[제주 바다보호 더는 미룰수없다] (6)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수중정원
제주 해양생태계의 숨겨진 버팀목, 연산호 군집
  • 입력 : 2023. 07.10(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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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연산호 군락지… '산호정원'으로도 불려
산호류는 촉수 배수 따라 팔방·육방산호류로 분류
서식지·피난처·먹이 제공하는 바다생태계의 한 축




[한라일보] "무엇보다 빨강, 노랑, 보랏빛 산호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지상 어느 곳보다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밭 위를 날아다니는 기분이었죠. 해외에서만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산호를 제주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알고 보니 제주 문섬은 세계 최대 연산호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었어요. 이 경험은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박승환 수중사진작가가 책 '조금은 사소하고 쓸데 많은 제주 산호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서 한 말이다.

제주 문섬·범섬의 일대 수중은 세계 최대의 연산호 군락지로 유명하며, '산호정원'으로 불리는 곳도 있다. 연산호 군락지는 제주 바다생태계의 한 축으로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로 활용되고 있다. 김인회·조은진·김광회·김승집 제공

어디 한둘뿐이던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 시절 당시 생물연구실 직원들과 수중 탐사를 했다. 서귀포항에서 배로 20여 분만에 도착한 곳으로 '꽃동산'이라고 했다. 그날은 처음으로 보트 다이빙을 했는데 배에서 바로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바닥으로 내려가면서 수심 15m쯤 돼 아래로 내려보다 그 화려함에 넋이 반쯤 나간 적이 있다. 세상에 있는 빛나는 색이 다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 말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기차바위였고, '산호정원'으로도 불리는 곳이었다. 그날 당시에는 보기가 힘들었던 쏠배감펭까지 보게 되어 행운이 겹치자 이제야 제주도에서 다이빙 제대로 했다고 하는 자부심까지 생겼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흥분이 된다. '아름다운재단'에서 펴낸 '제주 서귀포 앞바다 연산호 서식지도'에서는 이곳의 연산호 정원을 으뜸이라 했다.



▶연산호는 제주 수중생태계의 깃대 생물

이렇게 수중정원 하면 연산호 군락을 말하게 된다. 연산호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려면 산호류의 분류 체계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이들은 크게 팔방산호류(폴립의 촉수가 8의 배수인 산호류, 사진 가운데 위 참조)와 육방산호류(6의 배수인 산호류) 나뉜다.

전자에는 바다맨드라미 무리(해계두목 Acyonacea), 뿔산호 무리(해양목 Gorgonacea), 바다조름 무리 등이 속한다. 괄호 속에 분류군 이름은 제주 바다에서 가장 쉽게 대하는 산호류이기 때문에 어디서 보더라도 "아 그 산호들!"이라고 떠 올리길 바라면서 적었다. 이들을 단단한 골격을 가진 돌산호 무리와 비교해 연산호라고 한다. 대부분의 다이버들의 머릿속에는 아마 분홍바다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등의 바다맨드라미 무리(사진 오른쪽)에 속하는 산호들을 연상할 것이다. 한편 다이버들이 맨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산호 중에는 뿔산호 무리(사진 오른쪽 아래의 오른쪽)의 종류가 가장 많다. 둥근컵산호, 유착진총산호, 곧은맵시산호, 꽃총산호 등이 그것들이다.

그 밖에 말미잘이나 해변말미잘 무리, 돌산호 무리, 각산호(해송) 무리 등이 육방산호류다. 연산호와 비교해 경성산호라 부르기도 한다. 열대 산호초를 구성하는 조초산호들은 돌산호들이다. 제주 바다에는 돌산호 무리로 거품돌산호와 빛단풍돌산호 등이 있다.



▶연산호 군락도 제주 바다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

연산호들 특히 바다맨드라미 무리는 색이 화려하다. 분홍과 노란색이 많으나 보라색, 초록색, 파란색에 이르기까지. 여러 색의 연산호들이 무리를 지어 있으면 천상의 정원이 이럴 것이라는 착각까지 하곤 한다.

이런 아름다움과 화려한 생김새에 비해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의외로 많지 않다. 소수의 연구보고서 중에서 2009년에 발표된 송준임 교수 등이 쓴 '제주연안연산호군락 산호 분포조사 통합보고서(서귀포시 시행 연구)'가 연산호에 관한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문섬·숲섬·범섬 일대가 지귀도 일대와 형제섬 일대보다 출현 종수도 많았고, 고유종의 수도 많다고 했다. 연산호들은 직벽에서 더 서식 밀도가 높고 모든 조사지점이 같지는 않았지만 유사한 대상분포를 나타내었다. 수심 10m가 넘어서면서 수지맨드라미류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수심이 한층 깊어지면 분홍바다맨드라미류 우점했다. 분홍바다맨드라미가 서식하는 직벽에서는 '굴 군집'이 있어 종 다양성이 매우 높을 것을 시사했다.

다비나 폴로스(Davina Poulos) 등의 '호주 온대해역 연산호 종의 생물다양성 가치(2013)' 연구에 따르면 수지맨드라미류 군집은 빛이 약하고 조류가 강한 곳에 주로 분포했다. 몸에 주산텔레(zooxanthellae: 산호초를 조성하는 조초산호의 표면에 있는 단세포 식물을 말하며, 이들이 광합성을 해서 얻는 에너지를 산호가 사용한다. 따라서 산호는 이들이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적응함)가 없다. 그래서 플랑크톤을 여과해 먹거나 바닷속의 유기물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했다. 연산호 군집은 작은 무척추동물의 서식지가 되고 어린 어류들의 피난처와 먹이가 되기도 한다. 주변 물고기들이 몰리는 것도 산호를 먹기 위해서거나 주변의 작은 동물들이 있어서였다. 물론 물고기의 공격에 대비한 화학적 방어전략도 가지고 있었다. 호주 연산호 군집은 이웃한 해면 군집 등에 비해 생물 다양성이 높았다. 제주 바다에서 지난 30년 전과 비교해 연산호 서식 밀도가 점차 늘어난 것도 환경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니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아직 못다 푼 연산호에 얽힌 이야기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연산호에는 기생생물들이 꽤 있는데 이들의 생태가 특이하다. 사진(오른쪽 위) 처럼 '가시수지맨드라미'에서 약 10mm 정도의 '코수레반점개오지붙이'가 기생하는데 신기하게도 숙주와 색깔이나 돌기의 형태도 똑같다.

이처럼 위장을 잘하고, 아주 천천히 움직여서 발견이 쉽지 않다. 분명히 이 기생고둥은 입 안에 있는 날카로운 치설로 숙주의 세포를 먹는데 심한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한다. 연산호 한 군체에 여러 마리가 살지 않아 서로가 생명에는 지장 없도록 진화해 온 결과로 보인다.

제주 바다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곳에 연산호 정원들이 있을 것이고, 그곳에는 연산호 군집이 해양생태계의 버팀목이 되는 놀라운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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