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오영훈 제주지사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사건은 오 지사에게 정치적으로 큰 흠결을 남길 것이다. 유무죄 여부를 떠나 그간 재판 과정에서 제시된 증언과 증거는 지난 선거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오 지사 측은 지난 선거 때 '오 후보가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했지만 정작 재판에서는 협약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오 지사 측은 상장기업 20개 육성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성도 부족했다. 협약식 참여 업체 중에는 1인 기업에 사기꾼이 대표로 있는 기업도 있었고, 협약식을 준비한 피고인조차 상장 가능성이 없다고 증언할 정도였다. 실수였든 의도였든 오 지사에 대한 도민 신뢰에 금이 갔다.
지지 선언은 또 어떤가. 보육계 지지 선언을 주도한 인물에 대한 신문 과정에선 지지 인원이 오락가락하고 제대로 세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고, 캠프 측은 지지 선언 날짜를 임의로 바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도 있었다. 한 증인은 지지 선언을 하는 이유가 후보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 무슨 소리인가. 이 세상에 유권자가 후보자에게 잘 보여야 하는 선거도 있단 말인가.
오 지사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라고 반응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퇴행적 선거 문화 속에서 승리한 사람은 오 지사다. 정치적·도의적 논란은 변호사 입을 빌려 항변할 수 없다. 오 지사가 답할 차례다. <이상민 행정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