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한라시론] 다시 제주의 기후변화를 상기한다

[이영웅의 한라시론] 다시 제주의 기후변화를 상기한다
  • 입력 : 2023. 07.13(목)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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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폭염이 세계를 덮치고 있다. 세계 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과 함께 지구촌 각지에서 폭염과 수해 등 기상 이변이 빈발한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올 초부터 엘니뇨 현상의 발달에 따른 이상기후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이 됐다.

제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지난 10일 제주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를 발효했고, 다음날 폭염경보로 격상됐다. 올해 슈퍼 엘니뇨 발생에 따라 제주의 이상기후 현상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처럼 전 세계는 기후변화에 따른 다양한 환경변화에 직면해 있고, 제주는 그 정점에 서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계절의 변화를 보면 제주는 겨울이 매우 짧아졌고, 봄과 가을이 길어졌다. 서귀포의 경우는 겨울이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는 통계도 나온다.

언론을 통해서 자주 접하게 되는 제주 농업환경의 변화도 눈에 띈다.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는 물론이고, 올리브, 아보카도 등의 작물 도입도 시도되고 있다. 한편 제주를 대표하는 감귤의 경우, 농업 전문가들은 제주의 기온 상승으로 과실의 착색이 잘 안되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해양환경의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밀물과 썰물 때의 해안선 사이를 이르는 조간대와 그 하부에서 항상 수면 아래에 있는 조하대 암반에서 해조류들이 사라지고, 연안 생태계가 황폐해지는 갯녹음 현상이 늘고 있다. 이는 여러 요인들이 제기되지만, 그중에 공통적인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이라는 점이다.

한라산 구상나무림의 분포면적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원인 역시 큰 범주에서는 기후변화를 지목하게 된다. 잦은 태풍과 집중호우, 적설량 감소 등이 구상나무의 생육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정학적으로 철새들의 월동지·번식지·중간 기착지로 이용되는 제주는 이미 아열대성 조류가 확인되고 있고, 앞으로도 이의 출현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중에 하나인 양서·파충류 역시 출현 빈도와 분포에 기후변화가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변화는 산업과 경제는 물론이고 우리의 삶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다가온다. 이 때문에 전 세계가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책에 나서고 있다. 제주도 역시 2030년까지 제주를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대응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 도전적인 구호를 뒷받침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과 실행력은 부족해 보인다. 기후위기에 직면한 비상 상황을 인식해 전 산업에 걸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시행돼야 한다. 환경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후변화 대응계획 수립 과정에 시민참여를 확대함으로써 계획의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시민들에 의한 자발적인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유도하고 지원하는 사업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제주도는 수립된 계획들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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