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지역 초·중·고와 특수학교 중에서 성차별적 표현과 단어가 들어간 교가를 부르는 곳이 약 2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제주도교육청이 실시한 '2022년 제주지역 초·중·고 교가 및 교훈 특정성별영향평가 연구' 결과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수행한 이번 연구 용역은 도내 모든 초·중·고를 대상으로 교가와 교훈에 대한 특정성별영향평가를 진행해 성차별 의식과 관행을 해소하고 개선안을 내놓기 위해 이뤄졌다. 학교의 교가와 교훈이 학교 설립 시기에 만들어지면서 전통적 가치관, 그 시대의 인재상 등을 반영하고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에게 성역할 고정 관념이나 성차별 의식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도교육청이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최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192교 중에서 23.4%인 45교(초 25, 중 11, 고 8, 특수학교 1) 교가의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여학교에서 더 많았다. 초 1교, 특수학교 1교를 제외하면 모두 2000년 이전에 세워진 학교였다.
이들 학교의 교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성차별적 단어는 여성이라는 특정 성을 지칭하는 꽃·꽃송이·꽃봉, 열녀, 절개, 어미학교, 살림, 진·선·미 등이었다. 남성을 지칭하는 단어로는 건아, 형제, 불타는 용사 등이 쓰였다. 조상, 일꾼, 아들딸, 향기, 굳센, 늠름하다 등의 단어는 어른들의 권위, 핵가족 고정 관념 등을 비춘다는 점에서 학교 구성원들의 개선 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일부 학교는 교훈에도 성차별적 단어를 사용했다. 중학교 2교, 고등학교 2교 등 총 4교(2.1%)로 여학교가 더 많았다.
연구진은 "교가·교훈에 대한 특정성별영향평가는 학생들이 하루 생활의 상당 부분을 학교에서 보내기 때문에 성차별 단어와 표현을 드러내 학교 내 성차별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교가·교훈 개선이 필요한 학교에 대해선 도교육청이 '개선 권고'를 하고 지도 감독과 관련 예산을 마련해 실질적으로 성차별 표현·단어를 바꾸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개선 대상 학교를 포함 교가 새로 쓰기 사업 추진과 경험 사례 공모전 운영, 양성평등 친화적 언어 쓰기 운동 추진 등을 제언했다. 도교육청 후속 사업으로는 교칙·상징물·응원가 등에 대한 특정성별영향평가, 교장·교감·학교운영위원회 대상 성인지 감수성 교육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