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현성 이설 600주년/ 과거와 미래를 잇다] (6) 600년 전통의 전남 순천 낙안읍성

[정의현성 이설 600주년/ 과거와 미래를 잇다] (6) 600년 전통의 전남 순천 낙안읍성
주민 직접 마을 거주하고 보전·발전 평행선 ‘공통분모’ 많아
  • 입력 : 2023. 09.05(화) 00:00  수정 : 2023. 09. 18(월) 08:59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전통음식축제 등 다양한 문화활동 공간 적극 활용
화장실 등 초가 내 편의시설 불편은 성읍과 유사
체험·즐길거리 공간 마련 행정 적극적 지원 필요


[한라일보] 낙안읍성은 600여 년의 전통과 역사를 지닌 전라남도 순천시의 대표 관광지 가운데 하나다. 이곳은 동시대의 정의현성을 품은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과 같이 직접 주민이 마을에 거주하는 특징을 갖는다. 특히 문화재 보호지역으로서 보전이냐, 주민의 삶 개선이냐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지역사회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점도 '공통분모'다. 다만, 읍성 내 관리체계와 풍성한 체험거리며 관람할 곳이 많다는 점은 성읍민속마을이 배워야 한다. 낙안읍성과 정의현성 등의 비교를 통한 성읍민속마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600여 년전 옛 선조의 숨결과 전통, 역사가 함께하는 민속마을인 낙안읍성은 제주의 성읍민속마을과 유사한 점이 많다. 주민이 직접 거주하며 경제활동을 하고 문화재보호법을 두고 보전이냐 개발이냐 라는 의견도 팽팽하다. 사진은 성과 위에서 바라본 낙안읍성의 안팎 모습.



▶600여년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낙안읍성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지방계획도시로 대한민국 3대 읍성 중 하나다. 1983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302호로 지정된 곳으로 총 길이 1410m, 면적 22만3108㎡ 규모다. 성의 안팎으로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가옥 9동 등 문화재 13점(국가 10, 도 3)을 보유하고 있다.

순천시에 따르면 낙안읍성은 조선 태조 6년(1397년)에 낙안출신 양혜공 김빈길 장군이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부민을 거느리고 처음 토성으로 쌓았다. 이어 세종 6년(1424년)에 최윤덕 장군을 책임자로 옛 터에 석성으로 축조했고, 정유재란 후인 인조 4년(1626년)에 낙안군수로 부임한 임경업 장군에 의해 개보수가 돼 현재에 이르렀다.

특히 낙안읍성은 2019년 '한국관광의 별' 선정과 함께 2011년을 시작으로 2023년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곳이다. 이에 순천시는 인근 고창읍성 및 충남 서산 해미읍성 등과의 연계를 통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나서고 있다.

낙안읍성의 도자기 체험장. 백금탁기자



▶성곽따라, 마을안길따라 걷는 시간여행=지난 8월 20일에 찾은 낙안읍성은 성읍민속마을과는 달리 마을 전체가 성곽에 둘러싸여 있고, 무엇보다 성벽을 따라 걸으며 성의 안팎을 쉽게 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성벽의 높이는 4~5m로 높아 위험할 듯 하지만 성곽 폭 역시 4~5m가량으로 비교적 넓어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성곽을 오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다만 성담길을 시멘트로 마감하며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낙안읍성은 동편제의 거장 송만갑 선생과 가야금 병창 중시조 오태석 명인의 출생지로 국악, 가야금병창 등 귀중한 민속 문화를 계승·발전시키고 있다. 방문객을 위한 가야금, 대장간, 서각, 국악(판소리)교실, 천연염색, 명예별감, 길쌈, 놀이마당, 놋그릇 닦기, 농촌체험 및 짚물공예, 옥사 체험, 향토학교, 전통혼례, 두부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통문화 계승은 물론 주민 소득과 연계하고 있다.

김영미 낙안읍성 해설사는 "낙안읍성의 경제는 주민과 관광객이 상생하는 구조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청·장년층이 최근 많이 들어와 가족들과 함께 민박 및 체험 프로그램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초가의 경우 현재 매물이 없을 정도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일부 거주자와의 '온도차'도 있다. 주민 오제심(78·여)씨는 "60년에 낙안출신 남편을 따라 결혼하며 이곳에서 한평생을 살고 있는데 입식 화장실 등 집 시설 문제만 개선됐으면 좋겠다"며 "사람이 사는 민속마을인데 불편한 점이 많다"고 했다. 실제 거주민의 불편은 성읍민속마을과 유사하다.

낙안읍성 성곽을 걷는 방문객. 백금탁기자



▶정의현성 '선구자' 낙안읍성 통해 배워야=낙안읍성은 현재 초가 290여 동에 88세대, 주민 175명이 거주하는 전통 마을을 품에 안고 있다. 읍성 복원 이전에는 199세대, 820명이 거주한 기록이 있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성읍민속마을처럼 전남 기념물 제113호인 푸조나무(수령 400년), 느티나무·팽나무(수령 300년), 개서어나무(200년) 등 노거수가 많다.

낙안읍성은 1984년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188호로 지정받은 성읍민속마을과 매우 유사한 구조다. 특히 국가문화재 지정 연도나 규모 면에서도 앞서고 있는 데다 정월대보름민속한마당, 낙안읍성 민속문화축제, 전국 가야금병창 경연대회, 국악대전, 전통음식축제 등 다양한 문화활동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어 배울 점이 많다. 아울러 읍성 주변에는 고인돌공원과 순천시립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이 있어 민속 유물을 만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이처럼 성읍민속마을도 사람이 직접 거주하는 마을인 만큼 다양한 체험거리와 즐길 거리를 두루 갖춰야 한다. 또한 공간 활용적 측면에서도 도내에서 개최하는 각종 전통문화축제를 유치해야 한다. 아울러 낙안읍성의 성 밖 거주공간과 같이 성 밖으로 나간 주민들이 컨테이너에서의 생활이 아닌 같은 형태의 초가에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행정차원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지자체장 관심 부족으로 '반쪽 복원' 아쉽다"
정의현성도 낙안·해미·고창읍성 연계 공동노력 필요


낙안읍성 송갑득 명예별감.

"낙안읍성과 정의현성은 비슷한 시기에 축성됐고, 두 곳 모두 주민들이 직접 거주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죠. 이 때문에 성읍민속마을에는 5~6번가량 다녀왔고, 성읍에서 유채 씨앗을 얻어다 이곳 낙안읍성에 파종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전국 지자체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문화·역사라는 것이 행정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낙안읍성 역시 지자체장의 관심 부족 등으로 '반쪽 복원'에 그쳐 아쉽습니다."

지난 8월 20일 낙안읍성 동원에서 만난 낙안 출신 송갑득(77) 낙안읍성 명예별감은 행정의 관심 부족에 뒷전으로 밀리는 문화·역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직생활에 이어 15년째 명예별감으로 매일 동원에 나와 방문객을 맞고 있으며, 낙안읍성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1995년 '낙안읍성' 책자를 발간해 2020년 14쇄까지 발행하며 낙안읍성에 대해서는 '베테랑'이다.

그는 "낙안읍성축제는 당초 매년 5월에 열렸었는데, 10월 남도음식문화축제와 곁들여 열리면서 개최 시기가 옮겨졌다"며 "이 또한 행정의 힘의 논리에 의해 행사의 크기가 결정되곤 한다"고 했다.

이어 제주의 정의현성의 발전 방향을 위한 조언으로 현재 원형이 잘 남아 있는 낙안읍성을 비롯해 해미읍성, 고창읍성 등과 연계한 문화재 활용 방안 및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등을 위한 공동 노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백금탁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65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