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창 영그는데 수확전까지 조류피해 노심초사

[현장] 한창 영그는데 수확전까지 조류피해 노심초사
30년 만에 1만평 땅콩농사 온종일 꽹과리 치며 쫓아내
10월 본격 수확철 앞둬 전전긍긍… 그물망 지원이라도
  • 입력 : 2023. 09.07(목) 17:01  수정 : 2023. 09. 10(일) 15:48
  • 백금탁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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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소재 땅콩 농사를 짓는 고광일씨가 꽹과리를 치며 꿩과 까치를 쫓아내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추석연휴가 끝나면 곧바로 수확해야 할 땅콩이 요즘 꿩과 까치, 비둘기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어요. 30년 만에 다시 짓는 땅콩 농사인데 한 달째 매일 동일 틀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온종일 밭을 돌고 꽹과리를 치며 보내고 있습니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소재 15필지 3만3000여㎡(1만평)에서 땅콩농사를 짓고 있는 고광일(68)씨는 매일 꽹과리를 들고 밭으로 출근한다.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꿩이나 까치가 땅콩 밭에 들어가 땅을 파거나 밭고랑을 따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열매가 맺히는 뿌리 내림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는 "1980년대까지 땅콩 농사를 하다가 이후에는 당근과 쪽파를 재배했고, 30년 만에 땅콩을 다시 심었는데 한창 열매가 영글어갈 시기에 조류 피해로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심지어는 밭 입구에 팻말에 '꿩·까치 출입금지'라는 문구를 새겨 넣을 정도다.

그는 한 달째 이어지는 '조류와의 싸움'으로 영리한 까치들은 자신의 차량 소리만 들려도 도망간다고 했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면 꿩들이 밭을 휘젓고 다니기 일쑤다.

이에 그는 제주시에 피해 신고를 했고, 10여일 전 유해동물대리포획단(올해 제주시 32명 활동)이 현장에 투입돼 공기총으로 까치 1마리를 잡고 갔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일주도로변에서 바닷가 방면에 위치한 밭으로 인근에 민가가 있어 산탄총을 사용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 마음고생이 심하다.

오는 10월 10일쯤 수확을 앞둔 땅콩이 영글어 가고 있다. 강희만기자

때문에 그는 그물망을 덮어 피해를 막기 위해 구상 중이다. 하지만 그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그는 "최근 그물망 가격을 알아봤는데 개당(가로 15m, 세로 25m) 4만5000원꼴로 375㎡(114평)가량을 덮을 수 있는데, 450만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에 대한 행정 차원에서 조류 피해 방지를 위한 포획이나 그물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둘러본 밭에는 성인 손바닥 크기나 가로 20㎝, 세로 30㎝ 크기의 피해 흔적이 발견됐다. 모래가 많이 섞인 땅이라 쉽게 파지면서 농작물 피해에 대해 취약한 상황이다.

이처럼 피해 예방을 위해 매일 꽹과리를 치며 쫓아보지만 역부족이다. 밭 주변에는 까치의 잠자리로 사용되는 작은 숲이 4곳 확인되며 언제든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농작물 피해 보상에 대해서는 읍면동에 신청하면 보험회사와의 계약으로 현장 피해 여부를 가려 지원이 이뤄진다"며 "또한 예방 차원에서는 사전에 농작물 피해 예방시설 지원사업(올해 예산 4억8000만원) 신청으로 최대 300만원(자부담 20%)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최근 3년간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까치, 까마귀, 멧돼지 등 유해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보상액은 매년 5억원씩 모두 15억원에 이른다.

새들의 피해를 입은 땅콩 밭. 밭 주변에서 쉽게 확인됐다. 강희만 기자



#까치 농작물 피해 #유해동물대리포획단 #그물망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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