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연의 문화광장] 생존의 대안인 이주, 그리고 예술

[이나연의 문화광장] 생존의 대안인 이주, 그리고 예술
  • 입력 : 2023. 09.12(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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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도립미술관에서 9월 19일부터 11월 26일까지 열리는 2023프로젝트제주 <이주하는 인간-호모 미그라티오>는 이주와 생존에 대해 말한다. 제주도립미술관을 중심으로 돌문화공원, 국제평화센터, 항공우주박물관을 경유하며 소개한다. 총 9개국에서 20팀이 모였다. 이 전시를 위해 연결된 프로젝트팀들은 협업 방식의 신작을 제작하고, 개별 작가로는 2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주의 이유는 다양하다. 역사적으로 어쩔 수 없이, 문화적인 여건을 찾아 자발적으로, 생태적인 이유로 적합한 환경을 찾아, 우발적으로 정신을 차려보니 공간 혹은 매체 이동을 한 경우까지, 총 4개의 섹션으로 전시는 이주의 이유를 찾았다. 제각각 이주에 대한 고민들을 작품으로 풀어놓은 것을 보는 것과 함께, 작가들의 이주의 궤적이 어떠해서 작품과 연관되는지를 추적하는 일이 의미있다.

역사적 이주는 제주의 역사와 관계가 깊다. 1907년에는 고기잡이를 위해, 1914년 이후는 방적공장에 취직하기 위해, 1934년경의 일제강점기에는 제주 인구의 많은 이들이 허가를 받거나 받지 않고 일본으로 떠났다. 전시에서는 제주라는 섬을 떠난, 분단된 나라인 한국이라는 섬같은 나라를 떠난 작가들의 작품들을 함께 살펴본다.

문화적 이주는 2010년은 전후해 제주에 불었던 이주열풍과 연관한다. 많은 이들이 저마다 다른 이유를 가지고 제주로 이주해왔다. 여기에는 외국인들도 다수 포함된다. 비단 제주로의 이주뿐 아니라, 제주 출신으로 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그 반대로, 제주에서의 문화적 갈증으로 해외로의 이주를 감행했다. 제주로 들어오는 이들과 제주에서 나간 이들의 역사도 십수년이 지나 하나의 흐름으로 논할 수 있는 시점이 도래했다.

생태적 이주는 토종과 외래종의 개념에 대해 질문한다. 인간만이 이주를 하는 것은 아니다. 동물도 식물도 곤충도 이동한다. 기후변화로 한라산의 식생의 변하고, 바다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제주에서만 잡히던 생선이 북쪽에서 잡히고, 위도가 높은 곳에 사는 나무는 말라죽는다. 토종과 외래종의 구분이 사라지고, 서로 생존을 위해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이동하고, 생존한 것은, 그 지역의 토종이 된다. 기후위기와 생태관계를 연구하는 시각예술분야 작가들이 전세계적으로 눈에 띈다. 그들의 작품을 통해, 기후위기의 대안을 이주와 연관해 찾아본다.

작가의 발견에 의해 매체를 다양하게 이동하며 창작물로서 살아나게 된 우발적인 이주들을 따라가보는 과정도 흥미로울 것이다. 다른 의미의 이동으로 변형되는 예술적 생명체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다. 예술적 상상력으로 진화하고 변화하며 매체를 넘나드는 실험들을 예술적 생존을 위한 이주로 해석한 섹션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지난 비엔날레에서 실패했다고 여겨지는 부분, 바로 제주인력으로 국제전시를 구현하는 일을 실험해보는 장이기도 하다. 비엔날레의 절반도 안 되는 예산으로 국제전을 하되, 참여인력을 모두 제주에 있는 전문가들로 꾸렸다. 제주의 인력들이 꾸린 전시의 질을 비엔날레와 비교해보는 것을 관람포인트 삼아도 좋다.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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