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관필의 한라칼럼] 해안의 초지가 사라지고 있다

[송관필의 한라칼럼] 해안의 초지가 사라지고 있다
  • 입력 : 2023. 09.26(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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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한라산 해발 600m 이하의 지역은 과거서부터 목장으로 활용되면서 초지가 발달해 있었다. 1970년대 이후 목축의 축소, 활발한 조림 등으로 곶자왈, 오름, 초지 등이 숲으로 발달하고 있다. 하지만 초지로 유지됐거나 초지개량사업 등을 이용해 목초지로 관리됐던 지역은 최근에 도시화의 주된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올레길이나 중산간도로를 가다 보면 너무도 선명히 보이는데 나무가 없는 임야에 펜션이나 연립주택, 박물관, 체험시설들이 들어선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개발은 제주의 지가를 날로 상승시켰다. 순수하게 농사를 짓기 위해 토지를 구매하고자 하는 농민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시화를 꿈꾸며 토지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만 토지가 팔리고 있는 상황이 발생되고 있다. 특히 해안가의 초지는 개발 가치가 더욱 높아 개발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해안 절경을 이용한 도시화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지금 지구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만조 시 침수가 일어나기도 한다. 태풍이나 큰 너울이 일어나면 해안도로는 물에 잠기기도 하는데 동일본대지진과 같이 수십m의 해일이 발생하면 제주의 해안은 초토화될 것이고 그 피해는 개발하는 만큼 늘어날 것이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평균해수면의 상승으로 인해 해안 침식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최근 동해안의 모래가 유실되고 있다는 보도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제주도 모래사구가 있는 지역은 한림, 표선, 성산, 김녕, 함덕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도 표선 해안은 모래사구와 넓은 모래사장을 자랑하는 곳이다. 최근에 방문했을 때 모래사구가 매우 많이 사라져 있었고, 강한 파도와 너울은 비교적 안쪽에 있는 올레 코스도 위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더 나가 주변의 경작지도 파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해수면 상승과 해안선 개발 등으로 인해 모래 유실이 심각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바닷가 주변의 초지를 방어하기 위해 현재의 방파제와 같은 인위적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찰나의 생각마저 들게 했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 이것은 지구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 일으키는 자연적인 현상이고, 강한 파도와 높은 너울성 파도에 의해 우리는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한 미래를 상상해야 될 지도 모른다. 해안 모래사구의 소실은 해안 초지뿐만 아니라 사면이 바다인 제주도에는 무서운 미래를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도 초지는 개발의 적지라 보고 있으며, 이를 개선해 초지와 관목림 등으로 이뤄진 환경을 보호할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해안의 초지는 지금도 파괴되고 있다.

지구는 우리가 자연재해를 대비할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환경. 사라져 가는 해안초지. 그 경고를 무시해도 될까? 고민해야 할 시점이 지나고 있다. <송관필 농업회사법인 제주생물자원(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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