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의 월요논단] 누가 내 감귤원 흙을 죽였을까

[현해남의 월요논단] 누가 내 감귤원 흙을 죽였을까
  • 입력 : 2023. 11.06(월) 00:00  수정 : 2023. 11. 06(월) 09:33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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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우리는 흙을 "죽었다, 살았다"로 얘기한다. 흙을 생명체로 본 것이다. 외국은 토양 질이라고 표현한다. 건강한지 허약한지 관점에서 본다. 객관적으로 수치로 나타내기도 한다. 둘 다 흙은 나무의 성장과 열매 품질에 중요하다는 의미다.

흙의 질은 일정한 면적의 미생물 숫자나 지렁이 같은 소동물의 무게로 표시한다. 흙 속에 살아 있는 미생물, 소동물이 많으면 흙이 건강하고 살아있다는 의미다. 미생물이 많을수록 뿌리가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중학교 교과서에서 나와 있는 얘기다. 식물은 뿌리에서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여 물관을 통해 잎과 열매로 보낸다. 잎은 체관을 통해 광합성 한 탄수화물을 뿌리로 보내 뿌리를 키운다.

뿌리 주변에 사는 미생물은 뿌리가 내놓는 탄수화물을 먹고 자란다. 미생물은 그 대가로 대사산물을 내놓아 양분 흡수를 돕는다. 그렇게 뿌리와 미생물은 공생한다.

뿌리가 중요하다는 얘기는 세종대왕이 처음 했을 것이다. 600년 전에 용비어천가 첫머리에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쐬 곶됴코 여름 하나니" 라고 뿌리를 잘 키워야 열매가 좋아진다고 했다.

150년 전에 종의 기원을 쓴 찰스다윈은 "식물의 뇌는 뿌리"라고 예측했다. 올해 초 서울대 박충모 교수팀은 흙에서 미생물과 뿌리가 햇빛까지 감지하고 식물의 성장까지 조절한다는 것을 처음 밝혀냈다. 다윈의 가설을 증명한 것이다.

이처럼 미생물과 뿌리는 불가분의 공생관계다. 토양에 미생물이 적어지면 뿌리가 약해지고 나무나 열매 품질도 나빠진다.

사과, 배 등 다른 과일 과수원은 모두 잡초가 자라는 초생재배를 한다. 잡초 뿌리와 미생물이 공생하면서 뇌가 튼튼해지니까 관리만 잘하면 품질이 높아진다.

감귤 과수원에는 아직도 제초제를 사용하는 청경재배가 많다. 잔디밭은 미생물 천국이다. 뿌리가 많기 때문이다. 테니스장으로 만들면 미생물 지옥으로 변한다. 뿌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감귤원도 마찬가지이다.

잡초가 없는 과수원은 감귤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세계의 모든 과수원은 잡초를 키운다. 잡초뿐만 아니라 미생물을 키우는 것이다. 초생재배에서 잡초가 자랄 때는 뿌리가 탄수화물을 미생물에게 준다. 잡초를 자르면 뿌리도 죽어 미생물 먹이가 된다. 잡초는 살았을 때나 죽었을 때나 미생물을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

제초제를 뿌리면 잡초만 아니라 미생물 죽는다. 잡초가 없어지면 미생물 먹이도 없어져 굶어 죽는다. 초생재배를 하는 다른 과일들은 나날이 품질, 가격도 오르고 있다. 그러나 감귤은 몇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해거리도 심하고 가격도 그대로이다. 미생물이 못 사는 환경을 만든 흙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내 감귤원 흙을 누가 죽이고 있을까. 제초제로 감귤원 잡초를 없앤 내가 죽였다. 잡초 뿌리를 없애서 미생물을 굶겨서 죽였다. 감귤원 흙을 살리려면 잡초를 키워야 한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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