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철 소방관 순직 다시 없도록.. 소방청 제도개선 착수

임성철 소방관 순직 다시 없도록.. 소방청 제도개선 착수
전국 각 시도 소방본부에 화재시 구급대원 역할 실태 조사 지시
임무 범위 명확히 한 권고안 마련에도 열악한 현장 인력 숙제
  • 입력 : 2023. 12.27(수) 16:57  수정 : 2023. 12. 28(목) 16:08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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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에서 화재를 진압하다 숨진 故 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임성철 소방관(29·소방장)의 영결식이 유족과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종합경기장 한라체육관에서 제주특별자치도장(葬)으로 엄수되고 있다.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구급대원임에도 화재를 진압하다 숨진 故 임성철 소방장(29)과 같은 소방관 순직 사고를 막기 위해 소방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섰다.

27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소방청은 지난 22일 전국 각 시·도 소방본부에 공문을 보내 구급대원이 화재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 실태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조사는 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소속 임성철 소방장이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것을 계기로, 화재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의 임무 범위를 명확히 할 목적에서 이뤄지고 있다.

임 소방장은 지난 1일 서귀포시 표선면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임 소방장은 이날 가장 먼저 화재 현장에 도착해 창고 바로 옆에 거주하던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후, 동료들과 함께 불을 끄다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 처마에 깔려 순직했다.

임 소방장은 5년차 구급대원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이송하고 응급 처치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이날 직접 소방 호스를 들고 화마 속에 뛰어들었다.

당시 선발대로 투입된 소방대원은 펌프차(화재 진압용 차량)에 탄 3명과 물탱크차(소방용수 공급차량) 1명, 구급차 3명 등 7명으로, 펌프차와 물탱크차를 조작해야 할 2명을 제외하면 불을 끄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화재 진압 대원은 2명에 그쳐 구급대원인 임 소방장도 진화에 나섰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화재가 최성기(불길이 가장 큰 시기)에 이른 상태여서 빨리 진화해야 재산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통상 화재가 발생하면 임 소방장과 같은 구급대원을 포함해 화재 진압대원, 구조대원이 함께 현장에 출동한다. 다만 이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어지는 임무는 현장 여건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화재·재난 사고의 특성 때문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 가보면 응급 환자가 없을 때도 많다"며 "불은 빨리 끄는 것이 중요한데 구급대원이라고해서 불이 난 상황을 강건너 불구경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구급대원은 화재 진압 교육을, 반대로 화재 진압대원은 응급 처치 교육을 받는 등 모든 소방관이 기본 역할에 국한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임무를 부여 받아 수행한다.

그러나 재난·화재 현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구급대원 임무 범위가 지역별로 제각각인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구급대원은 진압대원보다 아무래도 화재 진화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그런데 이런 전문성 문제로 어떤 지역 구급대원은 화재 현장에서 소방 호스가 꼬이지 않도록하거나 산소 호흡기 여분을 전달하는 등 지원 역할에 집중하는 반면, 어떤 지역 구급대원은 직접 화재 현장에 들어가 불을 끄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화재 현장에 투입된 구급대원의 임무 범위를 명확히 한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에 따라 동원할 수 있는 소방관 인적 자원 규모가 다른 상황에서 단순히 임무 범위를 조정하는 것으로 일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내 모 소방관은 "화재 신고가 들어오면 화재 규모 등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관할 소방서와 119센터(소방서 보다 작은 단위의 소방기관) 소속 대원이 모두 출동하는데 서울 등 대도시는 119센터가 많고 센터 간 거리도 가깝기 때문에 동원할 수 있는 진압대원도 많아 굳이 구급대원이 불을 끄지 않아도 되지만 제주나 다른 지역은 그렇지 않다"며 "인력 보강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도 뒤따라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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