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범의 월요논단] 만덕양조, 마을기업의 새로운 모색

[김명범의 월요논단] 만덕양조, 마을기업의 새로운 모색
  • 입력 : 2024. 01.22(월) 00:00
  • 송문혁 기자 hasm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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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지난해 건입동 주민들과 함께 서울에서 열린 대한민국 막걸리 엑스포에 다녀온 적 있다. 최근 전통주에 대한 폭발적 관심을 반영하듯 문전성시를 이룬 방문객들 대부분은 2·30대 MZ세대로 보였다.

이러한 전통주 열풍은 모 아이돌 가수가 농업회사법인을 차리고 내놓은 증류식 소주가 출시되자마자 대박을 터트리면서 예견됐다. 이후 배우, 가수 등 연예인 이름을 내건 전통주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연예인의 유명세를 앞세워 전통주를 돈벌이 수단으로 쓰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전통주들이 빛을 보고 지역의 양조장들이 경영난을 이겨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얼마 전까지 국내 주류시장에서 전통주 시장 규모는 미미했다. 농림수산부에 따르면 2021년 941억원에 불과하던 전통주 시장규모는 2022년 1629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10조원 달하는 국내 주류산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에 불과하다.

도내 20여 곳 남짓 되는 전통주를 생산 판매하는 양조장 역시 대부분 소규모이고,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중에는 젊은 감성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는 양조장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행정의 뒷받침만 있다면, 지역 경제에 도움 되는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러 문헌과 구전 등에 따르면 한때 도내에 40여 가지에 이르는 전통주가 있었다. 제주의 대표적 전통주인 오메기술, 고소리 술 말고도 깅이술, 꿩술, 돼지고기소주, 볼래술, 위령선술, 천마술, 강술 등 그 이름도 독특한 전통주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마을의 처한 환경과 특성에 맞게 주민들이 빚었던 그 많던 전통술 가운데 지금, 맛볼 수 있는 술은 많지 않다. 제주도내 술의 자산은 많은데, 그 자산을 자원으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한 원로 술 연구가의 말이 새삼 공감이 된다.

주민들 주도로 술 익는 마을 만덕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건입동은 지난 12월 농업회사법인 만덕양조(주) 창립총회를 가졌다.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전통주 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십시일반 출자금을 모아 마을기업을 세우고, 마을 공동체 차원에서 양조장을 연 보기 드문 사례다.

만덕 마을로 불리는 건입동은 제주시의 젖줄 산지천, 최초의 수원지 금산물이 있어 예로부터 물 좋기로 유명했다. 4·3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4·3 주정공장 옛터에서는 고구마를 주정으로 소주를 생산했고, 의인 김만덕의 정신을 온전히 계승코자 복원한 김만덕 객주도 있다. 지척에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동문시장과 제주의 원도심도 있다.

이처럼 훌륭한 물 자원, 역사 문화 관광 자원을 갖춘 곳은 드물다. 건입동 주민들은 김만덕 정신을 계승하고 술을 파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팔아 침체된 골목상권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취약계층과 함께 하겠다는 용기와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김명범 행정학박사·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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