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화의 건강&생활] 소아 급성림프구성백혈병에 대해

[한치화의 건강&생활] 소아 급성림프구성백혈병에 대해
  • 입력 : 2024. 04.10(수) 00:00  수정 : 2024. 04. 10(수) 20:57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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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한 의과대학생이 출연했다. 중학생 때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을 치료받았다고 한다. 3년에 걸친 긴 치료 기간 부모님의 애타는 마음은 물론 환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길을 택한 인간 승리의 청년이었다. 소아암들은 성인의 암들과는 달리 치료 성과가 매우 우수하며, 완치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그래서 미래를 꿈꾸면서 성장하고 있는 소아암 환자들은 가능성만 있다면 완치를 목표로 적극인 접근이 필요하다. 혈액암의 일종인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은 어린아이들에서 가장 흔한 암이지만 모든 나이에서 발병한다. 80년 전 이들에게 항암제를 투약한 파버(Farber) 선생님의 첫 도전을 시작으로 많은 의사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과 같은 항암치료방식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은 표준항암치료를 통해서 앞에 소개한 학생처럼 완치돼서 평생토록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미 다양한 종류의 항암제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고, 새로운 약들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어 미래는 어둡지 않다. 또한 혈액암들에서 시행되는 대부분의 항암화학치료법들이 소아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의 치료방식을 근간으로 얻어진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소수의 몸속에 남아 있는 백혈병세포들을 박멸하기 위해 많은 양의 항암제 투여와 함께 온몸에 방사선을 조사한 다음 핏속의 각종 세포들을 만들어 내는 조혈모세포들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기증받아 수혈하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치료가 도입되면서 항암제만으로 완치되지 못하는 일부 환자들까지 완치시킬 수 있게 되었다. 최근 환자의 혈액으로부터 건강한 T림프구들을 수집해서 백혈병 세포들만 골라 파괴하도록 유전자조작을 가한 다음 인공배양을 통해 세포 수를 늘려 수혈하는 "CAR-T세포" 치료가 재발한 일부 환자들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급성림프구성백혈병에 대한 연구 결과 발병 나이와 백혈병세포들의 수, 백혈병세포들이 갖고 있는 염색체와 관련 유전자들의 변화, 백혈병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들의 존재, 그리고 초기 항암치료에 대한 반응 속도 등에 따라서 완전관해(백혈병이 보이지 않게된 상태) 확률과 생존기간, 재발률에 큰 차이가 있음이 알려졌다. 예후가 가장 우수한 표준형 급성림프구성백혈병(1세 이상 10세 미만, 총백혈구수 5만/uL 미만, 전B세포 항원 존재)은 기존의 항암화학치료만으로도 절반 이상 완치에 도달하는 저위험군이다. 그러나 기존의 표준치료로 경과가 좋지 않았던 고위험군과 초위험군일지라도 강화된 최신 항암치료를 통해서 저위험군과 비교해서 치료성적의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1983년 봄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에게 시행한 국내 최초의 동종골수이식에 참여한 이후 정년을 훨씬 넘긴 지금도 백혈병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비록 어린아이들의 수가 줄어든 시대이지만 발병 확률로 짐작해보면 제주에도 소아 백혈병 환자들이 다수 있으리라고 본다. 서울로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이들을 생각하면 아직 치료여건이 무르익지 못한 제주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짧은 글을 통해서 이런 자녀 때문에 가슴을 졸이는 부모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한치화 제주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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