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찾아가세요
  • 입력 : 2024. 04.12(금)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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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키메라'.

[한라일보] 죽음은 끝이 아니라고, 우리는 죽어서도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어떤 사랑들은 맹세한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 두려움을 극복할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자들의 확신이 하는 발화,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누구도 해석할 수 없는 물질이 만들어 내는 광휘가 부정의 어둠을 뚫고 나오는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다. 사랑의 동선 중에 만나는 점일 뿐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이분법 위를 새처럼 날아다니는 것, 때로는 머리 위를 가볍게 찍어 누르는 것처럼 총총 대다가 녹지 않는 눈처럼 쌓이듯 앉는 것. 평생을 써도 가늠할 수 없는 미스터리의 물질, 사랑이 하는 일이 그토록 놀랍다.

'행복한 라짜로'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탈리아 감독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영화 '키메라'는 '잃어버린 사랑의 얼굴'을 찾는 도굴꾼 아르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인 이탈리아 시골 마을의 풍경을 필름으로 찍었다. 필름에 담긴 장면들은 어쩐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뭍으로 나와 탈색되는 것처럼 보인다.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이 발굴해 낸 사랑의 순간들이 극장이라는 지상의 공간에 놓여 세상의 빛과 관객의 눈빛을 받으면서 몸체를 바꾸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떤 사랑은 빛이 바래지 않고 어떤 사랑은 빛을 받아 선명해지는 것처럼 영화라는 물성을 통해 구현된 이 사랑의 이야기 또한 그렇게 신비한 생명력을 지닌다.

유물은 고인이 남긴 것이다. 지상의 삶을 떠난 자들이 남긴 것은 땅 밑에 묻혀 세월을 지내고 땅 뒤의 사람들이 눈독 들일 가치를 갖게 된다. 생전에 가지고 있던 본래의 의미와는 또 다르게 값이 매겨지고 그렇게 욕망의 대상이 된다. 아르투는 '키메라'상태에서 그 유물이 묻힌 자리를 감지하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자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은 단순히 돈벌이의 수단이 되는 유물의 물성만이 아니다. 그는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지상과 지하를 헤매는 자다. 연인 베니아미나를 찾아 헤매는 아르투에게 땅 속 세상으로 향하는 과정은 연인에게로 가는 단서의 계단이고 그 과정에 발견한 유물들은 희미하지만 또렷한 유실의 증명이다. 잃어버린 것들은 사실 모두 누군가의 안에 있어서 아르투는 수도 없는 실패 끝에도 체념하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그를 움직이게 하고 닿을 수 없는 베니아미나와의 거리를 가늠하게 만든다.

'키메라'는 사랑의 신화가, 그 비밀의 역사가 새겨진 한 인간의 몸과 마음을 따라가는 추적극이다. 죽음으로 닫힌 문을 열 수 있는 기억의 열쇠가 그의 안에 있다. 그 열쇠는 녹슬지 않아서 덩그러니 놓여진 채 도통 닿지 않았던 그 문을 연다. 문이 열린 곳에는 꺼지지 않는 불이 타고 있다. 그가 또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랑의 실체를 비추면서.

찾을 수 있어서 헤맨다는 것, 이것은 실로 거대한 사랑의 낙관이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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