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탐라문화의 정점은 탐라성의 재건이다. 묵은성은 탐라성을 낮추어 부르는 명칭이다. 역사적으로 한반도 최초의 신석기 유적이 고산리 유적이다. 이것은 시작점을 증명하는 유적이다. 필자는 제주전통가옥의 정낭이 잃어버린 천년 해상왕국을 증명하는 유물이라 주장한다. 정낭을 바로 세워 보라. 영락없는 배의 돛대와 그 지지대의 형상을 하고 있다. 물허벅 역시 해상교류에 필요한 식수를 보관하는 합리적인 도구 일 것이라 주장한다. 출륙금지령은 단절의 분기점이다. 그것은 천년 탐라해양왕국으로 부터 전승되어야 할 항해 기술, 지식과 경험, 정치, 외교, 의전 등 그 유구한 역사로부터 단절의 시작점이다.
문화란 특정지역의 사회나 사람들의 집단을 특징짓는 공유된 신념, 가치, 관습, 행동 및 유물을 말한다. 언어, 종교, 사회적 규범, 전통, 예술, 음악, 문학 및 의식주를 기반으로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함한다. 문화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하며 역사적 사건, 지리적 요인 및 다른 문화와의 상호 작용에 영향을 받는다.
1962년, 한국예총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가 탐라의 언어, 문화 그리고 예술의 형태를 복원하고 계승하고자 시작한 축제가 지금의 탐라문화제이다. 그러면 탐라문화는 어디까지 복원되고 계승하며 발전하고 있는가? 설문대 할망의 명주는 누가 만들어 낸 것의 것인가? 누에마루와 명주는 탐라인의 중요한 유산이다. 더불어 갓(총모자, 양태), 망건, 탕건은 탐라의 무형문화재로 전승되어 오고 있다. 이런 배경을 비추어 보면 고대 탐라의복이 한반도 전역에서 가장 빛나는 패션을 선도했을 가능성은 없었는가? 제주도지사가 제주 전통 탕건과 갓을 쓰고 내외빈을 맞이하는 모습이 낯설 것이다. 전통의 계승 발전은 문자가 아니라 실체화, 일상화를 통해 더욱 단단하게 유지하려는 의지의 지속성이다.
탐라문화제는 가시적인 행사가 아니다. 관객을 위한 가변적인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중요하다. 탐라문화제의 본질은 박물관에서 꺼내어 일시적으로 전시하는 것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의 가치로 키워 내야 하는 탐라 전통의 지킴과 계승 발전이 담겨 있는 뜨거운 축제의 용광로여야 한다. 탐라문화제의 정체성과 가치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며 제주예총 회장이 바뀌든, 제주도지사가 바뀌든 방향성과 지속성에 변함이 없어야 한다.
언어가 소멸되지 않는 원칙 중 하나가 그 언어로 된 문학작품의 탄생이다. 탐라 언어, 음계와 리듬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예술작품이 나와야 된다는 것이다. 제주언어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정책과 지원처럼 탐라문화 기반 예술활동에 대한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탐라문화제는 천년 탐라문화의 중흥을 위한 정책, 연구자, 학계, 각 예술협회, 청소년을 포함한 제주도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총체적 과정이다. <홍정호 제주아트센터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