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방랑자의 자리

[영화觀] 방랑자의 자리
  • 입력 : 2024. 07.05(금) 03:00
  • 송문혁 기자 hasm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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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우렌의 결혼'.

[한라일보] 영화 [다우렌의 결혼]은 카자흐스탄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소동극이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데뷔하기 위해 애를 쓰다 보니 어느덧 낯선 카자흐스탄에까지 오게 된 조연출 승주가 머물 곳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가 그의 안쓰러운 처지와 대비되는 이국의 아름다운 풍경 안에 담겨 있다. 언제, 어디서든 그리고 어떻게든 진짜를 찍어야 하는 다큐멘터리의 세계에서 가짜가 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승주의 좌충우돌을 연기하는 이는 배우 이주승이다. 일생의 변곡점일 결혼이라는 순간과 평생의 숙원인 감독 데뷔라는 근미래가 뒤엉킨 혼돈의 상황에 처한 승주의 고민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다우렌의 결혼]은 시종일관 유쾌한 기운을 잃지 않고 직진하는 코미디 장르의 영화지만 관객들은 배우 이주승의 얼굴을 보며 종종 멈춰설 수 밖에 없게 된다. 무표정에서 활짝 웃는 순간, 전혀 다른 얼굴을 꺼내 놓는 배우인 이주승은 승주의 지금에 어리는 다양한 시제들을 풍성한 뉘앙스로 표현해낸다.



최근에는 예능 [나 혼자 산다]의 건강하고 엉뚱한 청년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는 배우 이주승은 오랜 시간 '독립영화의 얼굴'로 자리 잡아온 배우다. 2009년 백승빈 감독의 [장례식의 멤버]를 시작으로 [평범한 날들], [셔틀콕], [U.F.O],[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등의 작품을 통해 독립영화라는 텃밭에서 다채로운 청춘의 표상이 된 배우 이주승의 진가가 좀 더 확장된 작품은 변요한과 함께 주연을 맡은 [소셜포비아]다.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인 26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이 작품을 통해 배우 이주승은 특유의 강렬한 눈빛과 섬세한 연기력으로 대중과 평단 모두로부터 호평을 얻은 바 있다 이후 압도적인 소년 악역을 연기한 영화 [방황하는 칼날], [프로듀사], [보이스], [해피니스]등의 작품을 통해 드라마 연기로도 영역을 넓힌 이주승은 연극 [킬롤로지, [아들], [빈센트 리버], [테베랜드] 등의 연극 무대까지 섭렵하며 플랫폼을 넘나드는 전천후 연기자로서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 이주승은 '불온한 소년'의 얼굴을 갖고 있다. 단순히 동안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범주의 특별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는 반항, 방황, 일탈 같은 익숙한 단어들을 좀 더 생경한 뉘앙스로 만들어 온 배우다. 거칠고 어두운, 가난하고 쓸쓸한 '시절의 전형'에 쉽게 갇히지 않은 덕에 이주승의 역할들은 늘 복합적인 생동감을 발산해 왔다. 이복 누나와 첫사랑에 빠진 소년의 방랑을 그린 로드 무비 [셔틀콕]의 민재는 이러한 배우 이주승의 매력을 잘 담아낸 작품 중 하나다. 혼자서는 연습도 못하는 첫사랑을 찾아서 헤매는 십대의 행로가 그의 검은 눈동자와 굳게 다문 입술을 나침반 삼아 그려진 영화가 [셔틀콕]이다. 마음은 다급하지만 보폭은 무심한, 몇 번은 크게 울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약 먹듯 그 감정을 삼키던 민재는 이주승 안에서 그 성장통을 견뎌낸 이다. 그렇게 마음의 포물선을 찾는 그의 행로는 수많은 작품들을 거쳐 가장 최근작인 [다우렌의 결혼]으로까지 이어진다.

꿈을 잊지 않기 위해 어떤 것들을 기꺼이 잃을 수 있는 사람,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순간들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사람이 [다우렌의 결혼]속 이주승의 승주로 이어진다. 이를테면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랑자의 호흡으로, 돌고 돌아서 오래 걸려도 제자리를 찾는 걸음으로 말이다.



배우 이주승은 두 편의 단편 영화를 연출하며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들을 한 번 더 끌어안는 시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두 번째 연출작인 [돛대]는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 유려한 연기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시속보다는 풍속을 따르는 배우이자 감독인 이주승이 앞으로 또 어떤 바람을 맞고 어떤 바람을 탈 지가 궁금하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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