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77)문라이트-김이듬

[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77)문라이트-김이듬
  • 입력 : 2024. 07.23(화) 04: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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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조용한 여름이다

벽에 붙은 사진을 보았다

개를 잃어버린 사람이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스피커가 있고 음악이 나온다

녹슨 갈고리 끄는 소리 같다

물이 아주 조용히 떨어지고 있다



덜 사랑했던 사람이 사랑했다고 말하지

주변의 모든 것들에 이름과 진실을 적었다고 말하지



신념 없이

실천할 수 있는 만큼만 시큰둥하겠네

순도 백 퍼센트로 가지 않겠어



나는 떠났다 밤의 버스처럼

네가 내리자 나는 출발했다 너의 긴 외투가 문에 낀 줄도 모르고

이 꿈속은 누구의 생시일까

삽화=배수연



너의, 혹은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이 가지에 걸리고 문틈에 끼면 나의 생시라고 한다. 너는 꿈속 같겠지. "네가 내리자 나는 출발했다"는 사실이 개를 잃어버린 사람과 함께 감각되는 여름. 우리는 떠나면서 여름을 그렇게, 같이 간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물이 아주 조용히 떨어지고" 있어서 슬픔은 알려지지 않지만, 그래서 정리가 된다. 우리는 덜 사랑했고, 그래서 사랑을 말했으며 실천할 수 없는 신념, 순도 백 퍼센트가 될 수 없는 손님만 태운 버스는 밤을 비추며 떠나야 한다. 달은 야간 아르바이트 같은 연애 중, 이지만 "녹슨 갈고리 끄는 소리"는 사고가 발생한 한 인간이 아직 생시를 살고 있다는 증거이다. 시인은 어떻게 조용해질 수 있었을까. 그가 진짜 다시 출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문라이트니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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