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여름 휴가에 부모님을 모시고 서해안쪽 섬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빠 아무래도 여행가기 힘들 것 같아. 친척 오빠가 사고가 났대. 00공사에 들어가서 좋아했는데 새벽에 일하다가 사고가 나서 지금 집안이 난리야."
연락을 받고 급히 연락을 해보니 새벽에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었다. 세 명이 사고가 났는데 30대 두 청년이 사망했고 한 명도 크게 다쳤다는 얘길 들었다. 사고가 나서 당장 가 보려고 했는데 아직 빈소가 차려져 있지 않아서 다음 날 아침에 갔다.
도착하니 아직 사고수습이 덜 돼서 어수선한 분위기였는데 회사 사람들이 좀 있고 아직 친척 분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우리를 맞이하는 애 아빠는 얼이 나갔고 엄마는 혼이 빠져있었다. 허탈해 하는 표정이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공사에 들어가서 가족들이 얼마나 좋아했는데, 5년 정도 다니다가 사고가 나서 죽게 됐으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친척들이 이 정도 충격받았으면 부모들은 어쩔까 싶다.
허전한 장례식장을 채워줘야 할 것 같아서 하루를 그곳에서 보냈다. 부모들은 차마 시신을 못보고 가까운 친척이 대신 확인했다고 했다. 옆에 마련된 동료 장례식장에도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데, 가족들이 정신이 다 나갔다. 외아들이라고 들었다. 부모님 두 분이 다 혼절을 했다고 했다. 노인 장례식이 아니라 젊은 청년들의 서글픈 죽음이라 마음이 찹찹하기 그지없었다.
두 집이 다 아들이 하나씩 있었다고 했다.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아들을 잃은 아빠, 엄마는 무슨 낙으로 살아가며 아들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건가? 장례를 치르고 난 다음에 한숨을 돌리고 나면 더 충격을 느낄텐데 어떻게 마음을 추스르고 사실지 걱정이 된다. 아들 죽음으로 한 가족의 행복은 산산조각 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될 때 이 법이 시행되면 기업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 뉴스를 접했을 때 소규모 기업 같은 경우는 안전에 크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중대재해의 간접 피해자가 되고 나니, 돈의 관점에서가 아닌 인명 중시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공사나 대기업 작업현장은 그래도 경영자에게 법적 피해가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안전을 이전보다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작은 소기업들은 안전을 경시하는 경향이 아직도 강하다.
며칠 후 다시 모 전자회사에서 방사능 피폭사고가 발생해서 근로자가 손가락을 자를 수도 있다는 뉴스를 봤다. 이 기업은 그래도 노조도 있고 대기업이기에 뉴스에도 나오지만, 소기업 사고들은 그대로 다 묻혀버리고 이런 일들은 계속된다. '기업 돈' vs '노동자 생명' 둘 중 어떤 것을 우선할 것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유동형 펀펀잡(진로·취업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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