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1년에 100번 넘게 자전거를 가지고 비행기를 탄다. 농업인 교육 때문이다. 북쪽으로는 양양, 남쪽으로는 목포까지 자전거를 갖고 안 다닌 곳이 없다. 먼 길은 기차나 버스를 타고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로 이동한다.
자연스럽게 지역마다 자전거길을 비교하게 된다. 자전거 인구가 1300만명이 넘으니 4명 중 1명이 자전거를 타는 셈이다. 지자체들은 사회복지 차원에서 자전거길 관리에 신경을 쏟는다.
제주 자전거길을 '환상의 자전거 길'이라고 자랑한다. 제주 자전거길만큼 경치가 환상적인 곳이 없다. 김녕에서 종달리까지 이어지는 '해맞이 해안도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 수 있는 환상의 자전거길이다.
호랑이 등뼈 7번 국도를 따라 달리는 동해안 자전거길도 바닷가를 끼고 달린다. 조금 달리다 보면 그 길이 그 길이어서 식상해진다. 광양 배알도 수변공원을 시작으로 구례를 거쳐 올라가는 섬진강 자전거길, 담양으로 건너가 나주를 거쳐 목포로 내려가는 영산강 자전거길도 조금 달리다 보면 주변 경치가 고만고만하다. 김포공항에서 가평을 거쳐 춘천으로 가는 북한강 자전거길도 그냥 강을 옆에 끼고 달리는 자전거길이지 별다른 게 없다. 군산에서 시작해서 금강을 따라 세종시를 거쳐 청주공항으로 가는 오천 자전거길도 다른 4대강 자전거길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 자전거길들은 편도 1.5m가 넘고 왕복 2차선이다. 길도 아스팔트나 시멘트 길이다. 눈은 별로 즐겁지 않아도 바퀴는 편하다. 차량 운행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제주 자전거길은 육지 자전거길에 비해 수준이 뒤떨어진 것이 너무 많다. 육지의 자전거길은 모두 2차선인데, 제주는 해안도로 한켠에 파란 줄만 그어 놓은 1차선이다. 폭이 30cm에 불과한 자전거길도 있다. 자전거길 폭은 최소 1.2m 이상이어야 하는 기본도 못 지킨다.
해안도로에서 좀 유명하다 싶은 음식점 앞은 여지없이 관광객들의 주차장이다. 이런 곳에는 차량을 막는 볼라드가 없고, 필요 없는 곳에는 예산만 낭비한 볼라드도 많다. 자전거길에 주차한 차량 때문에 사고나기 십상이다.
시내로 들어오면 바퀴는 환장하기 시작한다. 인도로 이어지는 도로턱이 터무니 없이 높다. 자전거길을 계단처럼 만들어 놓은 곳도 많다. 육지의 웬만한 도시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많다. 자전거만 아니라 킥보드 타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길이다.
영조물배상제도가 있다. 깨진 보도블럭에 바퀴가 끼여 넘어져서 다치면 지자체가 보상할 책임이 있다. 그래서 웬만한 시골 도시는 인도 옆에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많다. 제주는 거의 없다. 제주는 웬만한 도시에 속하지 않는 뒤떨어진 도시이기 때문일까?
제주 자전거길은 눈에 보이는 경치가 환상적인 것처럼 바퀴가 달리는 길도 환장하는 자전거길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전기자전거 지원 정책도 빛이 난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기사제보▷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