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을사년 탐라국입춘굿이 20일 '입춘 맞이'로 시작됐다. 입춘굿 주무대인 관덕정 앞에 설치된 농경신 '자청비' 조형물. 김지은기자
[한라일보] 새봄을 여는 '2025 을사년 탐라국입춘굿'의 문이 열렸다. 20일부터 시작된 '입춘 맞이'다. 오는 2월 2~4일 본 행사로 이어지는 사전 행사인데, 새해를 맞으며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축제의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입춘 맞이 첫날인 이날 오전 축제 주무대인 제주목 관아와 관덕정 입구에는 입춘초롱이 불을 밝혔다. 한 해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던 '입춘굿'의 시작을 알리듯 제주 무속신화 속 농경신인 '자청비' 조형물도 방문객을 반겼다.
올해 탐라국입춘굿 '봄, 터졌소이다!'가 이날부터 16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2월 1일까지 계속되는 입춘 맞이가 3일간의 본 행사로 연결된다. 2월 2일 거리굿, 3일 열림굿, 4일 입춘굿을 예고하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민예총이 주최하고 제주자치도가 후원한다.
입춘 맞이의 하나로 제주목 관아 마구지에선 제주작가회의의 시화전이 열리고 있다. '진달래 산천 다시 일어서는 민초여'라는 제목을 단 전시에는 작가 20명의 시가 봄을 부르고 있다. "비상계엄의 산맥 넘고 / 탄핵의 강 건너느라 / 참, 숨 가쁘게"(강덕환 '봄의 길목에서'), "저기 아장아장 / 한 손 치켜들고 건너오는"(홍미순 '신호대기 중인 봄') 다채로운 봄을 위한 노래다.
20일부터 제주목 관아에서 열리고 있는 제주작가회의 시화전. 김지은기자
현장에선 탐라국입춘굿의 상징물인 '낭쉐'(나무로 만든 소)도 미리 만날 수 있다. 제주목 관아 우련당 옆에선 12달 복항아리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입춘 맞이는 온라인에서도 시작됐다. 올해 이루고 싶은 소원을 써서 보내면 춘등에 달아주는 '소원지 쓰기'다. 굿청 열명·기원차롱 올리기 사전 신청도 이달 31일까지 온라인에서 받고 있다. 자세한 정보는 제주민예총(https://jepaf.kr/) 누리집 '공지사항'에서 확인하면 된다.
입춘 맞이 현장에서 만난 오유정(사단법인 마로 음악감독) 탐라국입춘굿 총연출은 "(오늘날) 입춘굿은 축제 형식을 띄지만 굿이나 낭쉐 몰이처럼 예전부터 해 왔던 것을 보존하면서 더 많이 알리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연출했다"며 "새해를 맞는 입춘이니 만큼 소원도 빌어보고 제주가 잘 살게끔 모두 손을 잡고 힘을 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입춘굿은 탐라시대부터 조선 말기까지 이어지다 일제강점기에 맥이 끊겼다. 제주민예총이 1999년 복원해 올해로 26회째를 맞고 있다. 관과 민이 합동으로 풍농을 기원하던 굿이며, 심방(무당)이 치르는 무속 굿을 중심으로 의례가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제주목 관아에 입춘굿의 상징인 '낭쉐'가 전시돼 있다. 김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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