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호주 정부가 최근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를 금지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호주가 막은 건 '화면'이 아니라 '계정'인데, 16세 미만이 특정 SNS에서 계정을 만들거나 유지하지 못하도록 플랫폼이 '합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단속하는 대신 플랫폼에게 책임을 지운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을 떠올려보면, 호주의 결정을 극단적인 정책으로 넘기기 어렵다. 한국의 청소년 또한 SNS 위에서 긴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이하 이용자는 유튜브를 하루 평균 98분, 인스타그램을 49분 사용한다. 둘을 합치면 하루 2시간30분에 가까운 시간이다. 학원 이동과 쉬는 시간, 잠들기 전의 짧은 순간들이 쌓이다 보니 SNS가 하루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문제는 단순한 사용 시간이 아니라, 계정이 열어젖히는 기능들이다. 로그인과 동시에 자극적인 알고리즘 추천이 붙고, '좋아요'와 '팔로워' 수는 비교의 기준이 되며, 댓글 한 줄은 누군가에게 수치심을 유발한다. 아이가 나빠서가 아니라, 아직 감정·관계에 있어서 덜 단단한 시기에 너무 큰 무대가 먼저 깔린 셈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2023년 고등학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SNS를 자주 사용하는 학생들은 학교·온라인 괴롭힘 경험과 지속적인 슬픔·절망감, 일부 자살 위험 지표가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더 컸다. 인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위험 신호가 반복적으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은 무겁다. 영국에서는 10대 소녀 사망을 다룬 조사에서 우울과 함께 온라인 콘텐츠의 부정적 영향이 결론에 명시되며, 플랫폼과 사회가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졌다. 이런 사례는 개인의 의지에만 맡겨두기 힘든 현실을 반영한다.
'계정 지연'은 통제가 아니라 안전장치다. 운전면허가 이동을 막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안전을 위한 최소 기준이듯, SNS도 최소 연령선을 세워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진입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책임을 아이에게 돌리는 대신, 플랫폼에게 책임을 지워 기본값을 더 조심스럽게 설계하도록 요구하는 방향이라면 사회의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사실 호주의 이번 정책은 찬반이 뜨겁다. 청소년이 SNS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관계·표현의 기회를 사실상 막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다만 호주가 먼저 길을 열어 준 만큼, 한국은 시행 과정과 효과를 면밀히 지켜보며 단점을 보완한 형태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방향은 단순하다. 16세 이전에는 계정 생성을 늦추고, 계정을 갖게 되는 시점부터는 청소년 계정을 '보수적 기본값'으로 시작하게 하자. 공개 범위, DM, 추천 피드의 강도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갈등이 커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학교는 단속 대신 온라인 관계의 규칙을 가르치고, 가정은 잠들기 전 한 시간만이라도 화면 밖 루틴을 함께 만들면 된다. 결국 우리가 만드는 건 금지가 아니라, 위험을 낮춘 진입로다. <김봉희 제주한라대학교 사회복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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