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민주주의" 향한 제주 문학인들의 시선

"더 나은 민주주의" 향한 제주 문학인들의 시선
제주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와 여섯 번째 집담회
오승국 시인 "4·3때 정의 실천 군인·경찰 재조명해야"
박다솜 평론가 "친해질수록 속박… 민주적 친밀함 과제"
  • 입력 : 2026. 01.25(일) 11:47  수정 : 2026. 01. 25(일) 13:08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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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제주문학관 세미나실에서 제주작가회의와 한국작가회의가 '더 많은 정의,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하여'를 주제로 집담회를 열었다. 제주작가회의 제공

[한라일보] 한국작가회의가 '더 많은 정의,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하여'를 주제로 집담회를 열기 시작한 건 지난해 4월부터였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후 발생한 상황 속에서 문학작가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작가의 시선으로 시민들과 함께 민주주의 파괴의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면서 더 나은 민주주의를 준비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시작된 집담회는 서울에서 두 차례 진행한 후 대구, 부산, 대전 등 지역으로 이어졌다.

제주의 문학인들도 이 같은 '고민의 시간'을 안았다. 지난 22일 오후 제주문학관 세미나실에서 제주작가회의와 한국작가회의가 함께 연 여섯 번째 집담회에서다. 올해 첫 문을 연 이번 제주 집담회에서는 두 가지 발제와 토론을 통해 4·3 당시 정의를 실천한 군인과 경찰을 재조명하는 한편 민주적인 친밀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승국 시인은 '4.3항쟁, 그 역사의 길에서 정의로웠던 사람들'이라는 발제를 통해 "4·3 당시 박진경 대령을 암살한 문상길 중위와 손석호 하사,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예비검속의 무고한 희생을 자신의 권한으로 막았던 문형순 성산포 경찰서장은 역사와 정의를 추구한 진정한 군인과 경찰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극우 보수 세력들은 4·3의 진실을 흔들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제 4·3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의 처절한 반성의 지표 위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오 시인은 "최근 4·3 기록이 유네스코 기록물로 등재돼 대한민국의 역사를 넘어 세계인의 시선을 모을 수 있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평화와 인권을 지향하는 '21세기 평화의 섬 제주'로 나아가는 중용한 자양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송현지 평론가는 "오 시인의 발제는 4·3 항쟁 속에서 정의로운 선택을 했던 인물들을 다시 기록함으로써 그들을 현재로 불러내고 있다"며 "역사에서 지워진 정의를 복원하려는 시도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이어 "세 사람 모두 군인과 경찰이라는 공권력 제도 내부에 있었던 인물이라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며 "최근 윤석열 12·3 내란 사태에서 명령에 항명했던 군인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박다솜 평론가는 '친밀함의 비민주성'이라는 발제에서 "우리가 가진 전통적인 친밀함과 애정의 영역에는 서열 문화가 깃들어 있다"며 "우리는 친해질수록 자유를 잃고 속박된다. 민주적인 친밀함을 창안하는 일이 우리 모두의 과제여야 한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동현 평론가는 "언니나 이모 같은 가족 호칭이 친근함을 표현하는 동시에 상대에게 정해진 위계와 역할을 강요하며 관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음은 결국 비민주적 위계의 폭력이 '가족주의' 혹은 '친밀함'이 뒷면에 드리워져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고 짚었다.

강봉수 제주작가회의 회장은 이번 집담회에 대해 "제주에서 시작된 봄이 한반도를 뒤엎듯, 제주에서 시작된 정의와 민주주의가 전국적으로 뻗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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