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제독은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今臣戰船 尙有十二)"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일본으로부터 조선의 바다를 지켜냈다. 모두가 패배를 이야기하던 순간, 단 12척의 전선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 놓았다.
그리고 오늘,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12척'이라는 숫자 앞에 서 있다. 총 12척의 규모로 추진되고 있는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수주를 놓고 독일의 TKMS와 대한민국의 대표선수인 한화오션이 명운을 건 혈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대한민국 해양력의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는 운명적 숫자일까. 과거 조선 수군의 전선 12척이 나라를 지켜냈다면, 오늘날 캐나다의 12척 잠수함 수주는 대한민국 방산과 조선 기술의 밝은 미래를 세계에 증명하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다.
한화오션은 그동안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잠수함 독자 설계와 건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랜 시간 기술을 축적했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투자를 감내해 왔다. 특히 지난 5월 23일 한화오션이 건조한 도산안창호함이 1만 4000㎞에 달하는 대양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캐나다에 입항했는데 이는 단순한 친선 방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캐나다 현지는 물론 전 세계적인 관심과 주목을 받았으며, 무엇보다 우리 잠수함의 가격 경쟁력은 물론 빠른 건조 능력, 우수한 유지·보수 체계에 더해 검증된 운용 능력까지 직접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대한민국 정부와 조선업계가 함께 그동안 흘려온 땀과 노력이 이제 세계 시장에서 실질적인 평가를 받는 단계에 들어 선 것이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우리 잠수함의 세계 시장 진출'이 이제 현실적 가능성으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독일은 오랜 잠수함 강국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수출 경험을 가진 강력한 경쟁자다. 처음, 이 경쟁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독일을 넘는 것은 무모한 도전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 속에서 바뀌어 왔다. 명량해전 역시 모두가 패배를 예상했지만, 이순신 제독은 끝내 조선 바다의 운명을 바꾸어 냈다. 지금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도 판도는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기술력, 생산 능력,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어 우리에게도 충분한 희망이 존재한다.
캐나다 정부의 결정이 한 달 정도 남은,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국민적 응원이다. 캐나다 잠수함 12척 사업이 대한민국 해양 방산의 새로운 신화를 쓰는 출발점이 되기를, 그리고 또 하나의 '열두 척의 기적'이 현실이 되기를 진심으로 염원한다. <남동우 해군협회 연구소장·예비역 해군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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