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비자림의 '천년의 숲'이란 명칭은 그냥 붙여진 것이 아니다. 비자림에는 900~1000살로 추정되는 비자나무들이 자리 잡고 있다. 비자나무 군락지로서 비 오는 날에도 나름의 운치가 있고,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맘땐 어린이집·유치원 꼬마들의 현장체험이 한창이다. 신록이 우거진 비자 숲은 재롱둥이들이 마음껏 소리 지르고 뛰어놀며 자연 체험의 장으로 삼기에 더없이 좋다.
만여 그루의 나무들이 있는 비자 숲 속에서 저절로 겸손을 배운다. 마음의 평정심을 주는 숲은 행복의 안식처가 되는듯하다.
1983년 나의 20대 시절 휴강날 친구들과 중산간 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비자림에 왔었다. 까르르 웃으며 마냥 좋을 때 친구들과 걸었던 추억을 오늘 떠올려 본다. 비자나무 숲길은 40여 년이 지난 오늘도 진한 향기와 푸르른 웅장함으로 나에게 겸손함을 가르쳐준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그때의 기억을 되새기며 천천히 천천히 걸어 본다. 비자 숲이 주는 나무 향기와 새소리가 안식처가 돼 준다. 제주가 지켜가야 할 소중한 보물인 것이다.
내년엔 갓 걸음마를 시작한 손녀의 손을 잡고 숲 놀이를 함께할 생각이다. 자연 속에서 아장아장 걷는 귀염둥이의 손을 잡고 나무가 뿜어내는 향기,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에 빠져볼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은 혼자가 아니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가족들이 있으니 걱정 말거라"라고 손녀에게 전해 줄 것이다. 이렇게 비자림은 나와 손녀에게 그리고 그다음 후세에까지 이어질 것이다. <임명숙 제주환경성질환예방센터 예방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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