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경험만큼 귀한 스승이 어디 있을까. 절체절명의 순간 손을 내미는 사람은 어떤 얼굴일까. 제주안전체험관 입구에서 그 얼굴을 만났다. 왼쪽 벽에는 손을 내미는 구조대원의 그림이, 오른쪽에는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린 대원들의 모습과 글귀가 있었다.
'살려서 돌아오라, 살아서 돌아오라.'
아이들은 그림 속 손에 제 손을 포개며 사진을 찍었고, 어른들은 글귀 앞에서 멈췄다. 누군가를 살리러 간 사람도 무사히 돌아와야 한다는 당부가 마음에 남았다.
체험관에는 어린이 안전, 지진·수해, 선박·태풍, 화재·구급, 교통·항공 등의 교육 공간이 있다. 올해 1월에는 심폐소생술 교육기관 인증도 받았다. 2024년 한 해 방문객은 9만914명이다. 필자가 만난 이들도 학생과 어린 자녀를 동반한 부모, 장애인, 노인대학생까지 다양했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배움이었다.
군산에서 아이와 함께 온 한 어머니에게 놀이동산 대신 안전체험관을 찾는 것을 아이가 꺼리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안전교육을 받아 익숙해한다며, 내년에는 초등학생을 위한 체험에도 참여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인솔교사도 두세 번 다녀간 아이들이 올 때마다 좋아한다며 반복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한 중학생의 답은 오래 남았다. 실제 재난에서도 대처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잠시 생각하더니, 어렵겠지만 이번 경험이 기억에 남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선뜻 장담하지 않는 망설임에서 오히려 배움의 무게가 느껴졌다.
둘레길을 걸으려다 태풍으로 일정을 바꿔 찾아온 노인대학생들도 있었다. 불어난 계곡물에 고립된 가족이 119 대원에게 구조되는 4D 영상을 보고는 "잘 와졌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체험을 마친 이들은 저마다 기억에 남은 장면을 꺼냈다. 소방관에게 소화기 사용법을 배워 좋았다는 이, 전복되거나 침수된 차량에서 빠져나오는 체험이 기억에 남는다는 이가 있었다. 항공기 대피 과정과 선박 구명보트가 펼쳐지는 장면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안전벨트부터 매겠다는 다짐도 나왔다. 흘려듣던 안내가 몸을 움직여본 뒤에는 자신의 일로 다가온 듯했다. 사람들은 숲길과 메밀꽃밭으로 발길을 옮겨 긴장을 풀었다. 재난에서 지켜내고 싶은 평온한 일상이 그곳에 있었다.
한때 기후변화해설사로 재난의 위험을 알리던 필자도 질문을 바꾸었다. 위험을 알고 있는가. 그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아가 우리를 도우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로.
최근 소방대원의 순직 소식에 입구의 글귀가 다시 떠올랐다. 체험객의 동작을 바로잡아주는 손은 재난 현장에서 누군가를 붙잡는 손이기도 하다. 현장 안내에 협조하고 긴급차량에 길을 내주는 일도 그 손을 돕는 방법이다. 대피할 때 앞사람을 밀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음을 알리는 배려도 그렇다. 누군가를 구하러 오는 손에 우리의 작은 행동도 힘을 보탤 수 있다. <고나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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